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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할머니들이 전하는 감동

얼마 전 개봉한 영화 <말모이>는 일제강점기 시절 학교에서 우리말과 글을 말살하던 때에 우리의 말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한 조선어학회의 활약을 그린 영화다.

영화 속 김판수(유해진 분)의 딸 순희는 소학교에 입학하기 전 어느 날, 아버지에게 “나 이제부터 김순희가 아니라 가네야마래요”라고 말한다.

당연히 왜 자신의 이름을 김순희라고 할 수 없는지 그 어린 꼬마는 알지도 못했다.

그 무렵, 소학교에 다니던 지금은 80대 중반이 된 할머니들 중 여전히 한글을 모르는 분들도 있다.

학교에서 일본어만 배운 탓에 정작 한글을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 분들.

그분들을 위해 두 선생님이 각각 전남 곡성과 경북 칠곡에서 한글학교를 열고, 할머니들께 시를 쓰는 활동을 통해 한글을 가르쳤다.

바로 다큐멘터리 영화 <시인 할매>와 <칠곡 가시나들>에 관한 이야기다.

■시인 할매

영화 시인 할매 스틸컷
먼저 2016년 시집 <시집살이 詩집살이>라는 시집을 낸 전남 곡성의 할머니들을 그린 <시인 할매>는 할머니들이 문해교육을 받는 것에 초점을 두기 보다 이로 인해 마을과 가정이 어떻게 바뀌어 가는지를 보여준다.

동네의 작은도서관 김선자 관장이 도서관 일을 도와주러 온 할머니가 멀쩡히 꽂힌 책을 거꾸로 다시 꽂는 걸 보고서 한글을 가르치기 시작하면서, 일어난 일을 그렸다.

김 관장은 할머니들에게 시 쓰기를 통해 한글교육을 시켰는데, 여전히 맞춤법도 더러 틀리고 더욱이 사투리까지 그대로 옮기다 보니 할머니들의 시는 투박하다.

하지만 70~80년 살아오면서, 더욱이 글도 모르고, 여자여서 이중 삼중으로 차별 받았을(심지어 전라도라는 이유로 지역 차별도 당했으리라) 그분들이 시라는 형식을 통해 담아낸 자신들의 이야기는, 그래서 그 어떤 시보다 더 강한 울림을 준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김 관장은 할머니들이 쓴 시를 모아서 책도 내고, 할머니들이 직접 그린 그림을 곁들여 타일을 만들거나 마을 담장에 벽화를 그린다.

이로 인해 동네 사람들 뿐 아니라, 명절에나 내려오던 자녀들이 어머니의 벽화를 보기 위해, 할머니의 출판기념회를 위해 동네를 찾게 되었다.

또 이를 통해 우리 어머니가 할머니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해하는 계기가 되어 더욱 더 돈독한 관계가 되었다.

아마도 이 영화가 개봉하면, 할머니들의 시화(詩畫)로 만든 타일이나 벽화를 구경하기 위해 타지역에서도 이곳을 찾지 않을까 싶다.

김선자 관장이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녀는 할머니들의 시를 통해 도시재생을 시킨 큰 업적을 남겼다.

최근의 도시재생 사업이 하드웨어 중심인데, 콘텐츠를 이용한 도시재생의 사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그녀의 업적을 높이 살만 하다.

참고로 <시인 할매>는 오는 5일 개봉한다.

■칠곡 가시나들

영화 칠곡 가시나들 스틸컷
제목에서도 드러나듯이 여고생의 감성으로 돌아간 평균 나이 86세의 ‘김순희들’을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 역시 <시인 할매>처럼 3년에 걸쳐서 촬영이 이루어졌고, 시를 쓰는 할머니들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다만 <시인 할매>가 할머니들이 시를 쓰고 그들의 삶과 마을이 어떻게 바뀌었는지에 초점을 뒀다면, <칠곡 가시나들>은 할머니들의 문해교육에 초점을 두고 있다.

<시인 할매> 속 김선자 관장은 할머니들의 시를 통해 마을을 변화시킨 도시재생 전문가라면, <칠곡 가시나들> 속 한글 교사인 주석희 선생님은 할머니들 개개인을 자식처럼 챙기는 이장(里長) 같은 모습이다.

또, <시인 할매>의 할머니들은 처음부터 시를 썼지만 <칠곡 가시나들>의 할머니들은 사실 시가 아닌 일기를 쓴 것에 제목을 붙여서 시라고 부르는 것이 차이점이다.

물론, 전라도와 경상도라는 지역적 특성도 다르고 그들이 쓰는 사투리도 엄연히 다르다.

그러나 그 암울했던 시절, 우리말과 글을 배우지 못했던 분들이 글을 배우고 나서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시로 옮겼을 때 주는 깊은 감동은 공통점이다.

여자라는 이유로, 모든 것에서 소외된 채 그냥 남편과 자식을 위해 한평생 살아온 할머니들의 삶은 전라도 할머니이든, 경상도 할머니이든 무관하게 우리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심지어 <칠곡 가시나들>의 할머니들은 지난 연말 마을에 생긴 작은 영화관에서 본 이 영화가 생애 첫 영화였다고 하니 그동안 그분들이 어떻게 살아왔을지는 충분히 짐작된다.

누구에게는 글자를 읽을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삶이 달라지고, 다른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지만 정작 우리는 줄임말이나 신조어, 또 유행이라며 ‘급식체’ 같은 것으로 우리의 말과 글을 오염시키고 있다.

‘명작’이라는 단어는 ‘명작’이라고 써야지 ‘띵작’이라고 쓰고 명작이라고 읽는 것은 <말모이> 속 조선어학회 사람들이 목숨까지 걸면서 지키려고 했던 우리의 소중한 글을 오염시키는 것이다.

두 영화는 각각 이달 5일과 27일 개봉 하는데, 기왕이면 두 작품을 비교하면서 본다면 더욱 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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