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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한 로맨스만 뺐으면 좋았을 영화

영화 빛나는 순간 스틸컷

제주 해녀와 그 해녀를 촬영하러 온 다큐멘터리 PD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빛나는 순간>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고두심에 의한, 고두심을 위한 영화라 할 수 있다.

영화의 내용은 간단하다. 나이 70살 먹도록 평생 해녀 일을 해오고 있는 진옥(고두심 분)은 숨 오래참기 대회에서 1등을 했을 정도로 실력파 해녀지만, 성격 안 좋기로도 1등이다.

그녀의 소식을 들은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외주PD인 경훈(지현우 분)이 제주도로 날아온다.

하지만 진옥의 그의 촬영 제안을 대번에 거절한다. 100억 원을 줘도 싫다며, 자기 얼굴을 찍는 것 자체가 싫다는 걸 보니 진옥에게 뭔가 사연이 있지 싶다.

이에 경훈은 일단 진옥의 마음을 열기 위해 살갑게 대하며 진옥의 일을 돕는다.

그렇게 하루종일 졸졸 진옥을 따라다니며 일손을 보태자 동네 사람들은 둘이 애인 사이냐며 놀린다.

엄마보다 더 나이가 많은 진옥과 애인이든 말든 촬영만 하면 그만인 경훈과 자기가 뭐 그리 대단한 사람이라고 촬영 허락을 받기 위해 이렇게 강아지처럼 졸졸 따라다니는 게 귀여운 진옥.

두 사람은 서로 그렇게 서서히 거리를 좁혀 나가기 시작한다.

결국 진옥은 촬영을 허락하고, 그동안 왜 진옥이 그토록 촬영을 거부해 왔는지 그의 아픈 과거가 하나씩 오픈된다.

이 영화는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다른 영화처럼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에 초점을 둔 영화가 아니다. 게다가 여주인공도 예쁘고, 젊은 배우가 아닌 실제 70대 여배우가 주인공이다.

영화는 이 노년의 여배우를 통해 해녀의 고단한 삶과 더불어 4·3사건 등 우리의 아픈 역사를 이야기한다.

특히 실제 제주 출신인 고두심이 여주인공 진옥 역을 맡아 자연스러운 제주 방언과 실제 해녀들의 삶을 제대로 보여준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70대 노인과 30대 청년이 사랑에 빠지게 되는 과정이 약해 두 사람의 로맨스가 상당히 부자연스러워 보인다는 점이다.

차라리 진옥을 통해 평생 해녀로 살아가는 이들의 고충과 더불어 제주도민들이 겪은 과거의 아픔에만 초점을 뒀다면 영화가 더 와 닿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는 영화 <빛나는 순간>은 오는 30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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