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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으로 모든 걸 잃은 여자

영화 카시오페아 스틸컷

남편과 따로 떨어져 사는 수진(서현진 분)은 아이를 더 좋은 환경에서 교육시키기 위해 지나(주예림 분)를 남편이 있는 미국으로 보내기로 결심한다.

지나가 미국으로 가기 전까지 수진은 사별 후 혼자 사는 자기 아버지(안성기 분)에게 아이를 맡긴다.

평소 엄마에게 공부 강요를 받던 지나는 외할아버지와 지내며 해방감에 즐거워하지만, 변호사인 수진은 애가 공부하길 싫어하는 게 영 못마땅하다.

드디어 지나가 미국으로 가는 날. 주차장까지 왔는데 수진은 로펌 대표의 일 재촉 전화를 받고 다시 집으로 들어간다.

얼른 일처리 후 다시 주차장에 가니 도저히 차를 찾을 수 없다. 아빠에게 전화해 공항에 가야 하는데, 어디냐고 물으니, 지금 장 보고 들어가는 길이란다.

아니 지금 애 미국에 보내러 공항에 가야 하는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린가 싶어 수진은 아빠에게 장난 좀 치지 말라며 화낸다.

마음이 급해진 수진은 애를 찾으러 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검사 결과 알츠하이머로 밝혀진다.

젊은 나이에, 그것도 아직 어린 딸도 있고, 게다가 머리도 똑똑한 변호사이기도 한 수진이 알츠하이머라니 청천벽력 같은 소리가 아닐 수 없다.

수진은 누구나 그렇듯이 처음 진단을 받고 자기의 병을 부인한다. 30년 넘게 해외에서 일하느라 수진이 자라는 걸 옆에서 보지 못한 수진의 아빠는 이제야 딸 옆에 있을 수 있게 됐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치매환자가족 자조모임에도 나가고, 홀로 한국에 남겨진 딸 옆에 붙어서 온종일 케어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수진의 상태는 점점 나빠진다. 바지를 안 입고 출근하기도 하고, 현관문 비밀번호를 몰라서 집에 못 들어오기도 한다. 심지어 딸과 영상통화 도중 “너 예쁘다. 이름이 뭐니?”라고 묻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수진은 과거 자신이 맡았던 사건이 위법하게 처리됐다며 검찰의 방문조사를 받게 된다.

진짜로 기억이 안 나서 기억이 안 난다고 답하던 수진은, 자기가 불성실하게 조사에 임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아줬으면 해서 끝내 알츠하이머 환자라고 밝힌다.

조사 후, 그는 로펌 대표에게 자기가 알츠하이머 환자인 걸 내세워 과거 통보서를 담당 변호사가 제대로 받을 수 없었던 상태임을 강조하면, 계약이 무효화 되는 걸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후 스스로 퇴사한다.

회사까지 그만둔 수진은 아빠랑 24시간 내내 함께 지낸다. 그는 아빠를 따라 자조모임에 나가본다.

그곳에서 그는 자신보다 중증인 환자들을 보고 이게 내 미래인가 싶어 참담함을 느낀다. 급기야 수진은 그들을 향해 기억도 없이 몸만 살아있는 게 좀비랑 뭐가 다르냐며 소리친다.

집에 온 수진은 그날 밤, 목욕하다가 자해를 한다. 결국 안 되겠다 싶어 수진은 요양원에 입소하기로 하고, T/O가 날 때까지 기다리며 아빠랑 일상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수진은 과거 자신이 담당한 사건의 무효화를 막기 위해 법정에 출석해 자신이 알츠하이머 환자임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많은 사람 앞에서 자기가 환자라는 걸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 그녀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로 다가왔을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에 그녀는 법정에서 증언 도중 바지를 입은 채 오줌을 싼다.

수진이 바지를 입은 채 오줌을 지리는 날은 이날만이 아니었다. 이후에도 집에서 바지를 입은 채 오줌을 누자 그녀의 아빠가 옷을 갈아입히기 위해 바지를 벗기려 하니, 수진은 왠 남자가 자기를 강간하려는 줄 알고 아빠의 뺨을 후려친다.

이런 이 나이에 젊은 딸 병간호하는 것도 힘든데, 딸한테 따귀까지 맞다니 속이 터져 인우도 수진의 뺨을 때린다.

때마침 요양원에서 자리가 났다는 연락이 온다.

영화 <카시오페아>는 평생 가족을 위해 일하느라 가족과 함께 있어 주지 못한 가장이, 젊은 나이에 알츠하이머에 걸린 딸을 간병하는 내용이다.

인우는 딸이 자라고, 대학에 가고, 변호사가 되고, 그 딸이 딸을 낳을 때도 함께 있지 못했다.

때문에 인우는 헌신적으로 딸을 간호한다. 마치 과거 자신이 딸에게 주지 못한 사랑을 죄다 쏟아붓기라도 하듯이 말이다.

한편, 공부를 잘해 변호사가 된 수진은 하나밖에 없는 자기 딸 지나도 자기처럼 공부를 잘 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매일 공부를 강요한다.

심지어 아이에게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시키기 위해 애 의사와 상관없이 미국으로 유학을 보낸다.

하지만, 그렇게 살아온 것도 한순간에 모두 무너진다. 알츠하이머에 걸려 업무 능력도 저하되고, 금지옥엽 같은 자기 딸도 못 알아본다.

수진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지금껏 무엇을 위해 그리도 열심히 살았을까 싶다.

심지어 자기 아빠가 교통사고를 당해 응급실에서 연락이 와도, 지금 무슨 상황인 것인지 인지를 제대로 하지 못해 멍하니 그냥 집에 앉아 있다.

그러다가 며칠 후, 오늘은 꼭 오라는 병원 측의 전화를 받고 집을 나섰다가 어느 산악회 봉고를 보고 아무 생각 없이 올라타 어느 산으로 가 밤새 혼자 산을 돌아다니다가 산에서 자기까지 한다.

자기의 의지와 상관없이 병에 걸리면 지금껏 살아온 삶이 무너지는 판에 공부 조금 더 잘하는 게 뭐라고 그리 아등바등 살아왔을까 싶다.

늘 남보다 앞서 나가는데 혈안이 된 관객에게 추천하는 영화 <카시오페아>는 지방선거 날인 다음 달 1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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