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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안전망에 대해 생각하게 해

영화 고속도로 가족 스틸컷

두 번 다시 마주칠 없는 고속도로 휴게소 이용객들에게 지갑을 잃어버렸는데, 차 기름 넣고 2만원만 빌려 달라고 해서 그 돈으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하루를 지내는 기우(정일우 분)의 가족들.

기우는 본인뿐만 아니라 아이들까지 동원해 고도의 연기력을 통해 사람들에게 돈도 얻어내지만, 매번 연기가 통하는 건 아니다.

꼬치꼬치 차는 어디 있냐? 어디 가냐? 주민등록증을 보여달라며 거절하는 사람 때문에 네 식구가 쫄쫄 굶기도 한다.

아직 어린 딸 은이(서이수 분)가 배고픔을 못 이겨 화장실에서 수돗물을 마시자, 우연히 그 모습을 본 영선(라미란 분)이 밥 사 먹으라며 무려 7만원이나 준다.

기분 좋게 하루를 마무리하고 여느 때처럼 고속도로 휴게소에 텐트를 치고 자는데, 직원이 와서 텐트를 철거하려다가 텐트 폴대가 부러진다.

이렇게 된 거 이제는 여기 더 못 있겠다 싶어 다들 걸어서 다른 휴게소로 이동한다.

이들 가족이 이런 삶을 사는 이유는 사실 보육원에서 자란 지숙(김슬기 분)이 학교를 중퇴하고 식당에서 일하다가, 단골손님이었던 대학생 기우와 만나 딸 은이를 임신하게 됐고,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기우는 대학을 중퇴하고 일을 알아보다가 재건축조합장에게 속아 사기 피의자가 돼 지명수배자가 됐기 때문이다.

수배자가 됐으니 당연히 위치추적을 피하기 위해 휴대전화도 안 쓰고, 차도 없고, 9살인 큰딸 은이는 학교에 보내지도 않고 이렇게 매일 매일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지낸다.

그러다 이번처럼 더 못 있겠다 싶으면, 당연히 차로 이동해야 하는 거리임에도 국도를 따라 걸어서 다른 휴게소로 이동한다.

물론 하루에 걸을 수 있는 거리는 제한적이고(더욱이 아내는 셋째를 임신 중이고, 둘째 탁(박다온 분)은 5살이다), 이동 중에 바람만 막아줄 곳이라고 생각되면 공사장에서 자기도 한다.

그렇게 어렵게 도착한 다른 휴게소에서 기우는 또다시 사람들에게 기름값 핑계로 2만원을 구걸한다.

그러다가 우연히 영선이 기우의 가족을 발견하고, 저번에도 저렇게 기름값 2만원을 꾸길래 딱한 마음에 7만원을 줬더니 갚지도 않더니, 오늘 또 똑같은 수법으로 사람들에게 돈을 뜯어내는 걸 보고 경찰에 신고한다. 이에 기우 가족은 줄행랑을 친다.

휴게소에 도착한 경찰(이태경 분)은 이미 유사 사건이 여러 건 접수됐다며, 적극적으로 신고해 줘서 고맙다고 말한다.

혹시 애들은 어떻게 되냐고 묻자, 경찰은 그것까진 모르겠다고 말한다.

급히 도망치느라 텐트를 못 챙겨온 까닭에 가족들은 화장실에서 잠을 잔다.

다음 날 오전, 기우는 경찰에 붙잡힌다. 마침 사기사건으로 수배 중이던 기우는 곧바로 유치장에 갇힌다.

그리고 조사과정에서 은이 엄마는 애들이 학교에 가서 왕따 당할까 봐 학교에 보내지 않고 자기들이 보호 중이라고 말한다.

이 모습을 본 영선은 마음이 불편해 지숙과 아이들을 자기 가게로 데리고 와서 같이 지낸다.

영선은 은이 가족에게 호의를 베풀고, 9살인 은이가 아직 자기 이름도 못 쓰는 걸 알고 지숙에게 애를 학교에 보내야 한다고 설득한다.

한편, 유치장에 갇힌 기우는 자기가 2만원만 달라고 했는데 5만원을 더 줘놓고 이렇게 가두는 게 어디있느냐며 영선에게 적개심을 드러낸다. 급기야 유치장에서 탈출한다.

남편이 도망친 것도 모르고 면회를 갔다가 남편이 도망가 긴급수배 중인 걸 알게 된 지숙은, 남편이 자기들 앞에 나타나자 자기랑 애들은 여기서 살 거라며 예전처럼은 못 살겠다고 말한다.

그녀는 기우에게 “오빠만 가면 된다‘며 ”제발 가 달라“고 애원한다.

결국 가족에게 버림받고, 긴급수배까지 된 기우는 완전히 폐인이 된다.

이번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세계 최초로 선보인 영화 <고속도로 가족>은 우리 사회 여러 사회문제를 담고 있다.

여러 이유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지숙은 어쩌다 보니 단골손님 기우와 사랑하게 됐고, 또 어쩌다 보니 아이가 생겼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결혼을 했다.

갑자기 가장이 된 기우도 학업을 중단하고 일자리를 찾아 나섰는데,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제대로 배운 것도 아니니 둘 다 생각이 짧았는지 사기 피의자가 돼 버렸다.

당장 수배자가 돼 기우가 잡힐 처지가 되자, 영선 혼자 아이를 키우기 힘들어서인지 가족 모두 떠돌이 생활을 택한다.

매일 누군가가 방문하지만, 그렇다고 또 마주칠 일도 거의 없고, 먹거리와 편의시설이 풍부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앵벌이를 하면서 말이다.

만약 이들 가족에게 기본소득이 보장됐다면, 이렇게까지는 살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싶다.

설령 기우가 교도소에 갔다고 해도, 3인 가족(수감 됐으면 셋째는 갖지 못했을 것이라는 가정)에게 지급되는 돈으로 말 그대로 어느 정도의 기본적 생활은 가능했을 것이다.

게다가 초등학교는 100% 무상교육이니 아이들의 학비 걱정도 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 기초생활수급자 자격도 부여되면, 좀 더 많은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에겐 기본소득이 보장되지도 않고, 이런 사회보장 제도의 보호도 제대로 적용되지 않았다.

그러다 ’선한 이웃‘인 영선을 만나, 따뜻한 방에서, 글씨도 배우고, 갖고 싶은 장난감도 사고, 더 이상 경찰에 잡힐까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삶을 살게 되자 그제야 비로소 ’아, 이렇게 사는 게 평범한 일상이구나‘ 깨닫게 된다.

그래서 유치장에서 탈출한 남편이 지숙 앞에 나타나자 그녀는 더 이상 예전처럼 살기 싫다고 말한 것이다.

물론, 기우 입장에선 자기도 사기 피해자이니 억울하겠지만, 어쨌든 죗값을 받고 다시 가족들과 평범한 일상을 살면 될 텐데, 처음부터 ’고속도로 가족‘의 삶을 택한 것은 잘못된 선택이었다.

우리 사회의 사회안전망에 대해 고민해 보게 하는 영화 <고속도로 가족>은 내달 2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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