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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팔자 뒤웅박 팔자?

영화 작은 아씨들 스틸컷

이번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과 더불어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된 영화 <작은 아씨들>은 작품명만으로도 관객들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하다.

19세기 후반에 책으로 출간돼 이미 국내에서도 동명의 뮤지컬과 드라마 등이 선보인 바 있을 정도로 ‘작은 아씨들’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췄다.

여기에 영화 <미녀와 야수>의 엠마 왓슨을 비롯해 영화 <러빙 빈센트>의 시얼샤 로넌, 영화 <그레이스>의 엘리자 스캔런, 영화 <미드소마>의 플로렌스 퓨가 네 자매로 나오고, 이들의 대고모(大姑母)로 메릴 스트립이 출연하는 등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영화는 둘째 조 마치(시얼샤 로넌 분)가 한 신문사에 자신의 소설을 판매하면서, 소설 속 이야기와 현실 속 이야기가 혼재되어 진행된다.

이 영화에서 눈여겨 볼 점은 바로 이들 네 자매의 삶이다. 배우를 꿈꾸는 첫째 메그(엠마 왓슨 분)는 누가 봐도 여성스럽고 참한 여성이다.

반면 조는 여성스러움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선머슴’ 같은 성격이고, 셋째 베스(엘리자 스캔런 분)는 어릴 때 성홍열을 앓은 탓에 건강이 안 좋아서인지 몰라도 내성적이다.

그리고 막내 에이미(플로렌스 퓨)는 결혼을 하나의 비즈니스로 생각한다.

여자의 삶은 남자를 잘 만나는 것으로 결정된다고 믿는 대고모(大姑母) 눈에는 그나마 에이미만 ‘정상적인’ 것처럼 보인다.

대고모(메릴 스트립 분)가 볼 때 가난한 가정교사에게 꽂힌 메그도 마음에 안 들고, 선머슴 같은 조는 결혼은 이미 물 건너간 것처럼 보이고, 베스는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이니 결혼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여자 팔자 뒤웅박 팔자’라고 생각하는 부분에 있어서 자신과 생각이 일치하는 에이미가 가장 마음에 들어 그녀는 에이미의 꿈을 적극적으로 돕는다.

반면, 조는 전형적인 페미니스트로 이러한 대고모의 생각에 동의할 수 없다. 심지어 그녀는 부잣집 도련님의 프러포즈도 거절한 채 자신의 주체적 삶을 선택한다.

원작 소설이 19세기 후반에 출판될 걸 감안하면, 조의 가치관이 꽤 흥미로운 게 사실이다.

요즘이야 <82년생 김지영>도 나오고, 딸 가진 부모들도 자신의 딸에게 굳이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하는 시대이지만, 100년도 더 전에 나온 소설 속 주인공이 자신의 삶을 남자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개척하며 살려고 하는 것이 꽤 흥미롭다.

과연 오는 9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성의 주체적 삶을 그린 <작은 아씨들>과 전쟁과 이념에 대해 다룬 <조조 래빗> 그리고 사회구조적 빈부격차 문제를 다룬 <기생충> 중 누가 영광의 트로피를 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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