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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영화톱기사(우측)

소중한 이들을 잊는다는 건…

영화  조금씩 천천히 안녕 스틸컷

엄마(마츠바라 치에코 분)가 꼭 할 얘기가 있다며 미국에 사는 언니(다케우치 유코 분)까지 부른 것 봐서는 중요한 일 같긴 한데, ‘소집 사유’에 대해 언니와 동생(아오이 유우 분)이 다르게 알고 있다는 게 영 찝찝하다.

그래도 둘은 부모님 댁으로 향하고, 모처럼 네 식구가 오붓하게 식사를 한다.

그런데 오랜만에 본 아버지(야마자키 츠토무 분)가 이상하다. 아무리 오랜만이라고 해도 언니에게 동생 이름을 부르질 않는가. 뭐 이 정도야 그냥 알아들었으니 넘어갈 수는 있다.

잠시 후 아버지는 둘째 딸에게 재미있는 책을 빌려주겠다고 하고, 별로 관심 없는 둘째는 괜찮다고 거절한다.

이에 아버지는 불같이 화를 내면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방으로 향한다. 그리고 한참 동안 자신이 왜 방에 왔는지를 생각한다.

책 한 권 가지고 올 시간이 지나도 훨씬 지난 것 같아 둘째는 방으로 오고, 아버지에게 책 빌려준다고 하더니 왜 가만있냐고 하자 아버지는 그때야 “책. 책” 되뇌더니 책상 위에 있는 ‘국어사전’을 덥석 집어서 준다.

그제야 딸들은 아버지가 치매에 걸린 걸 눈치 챈다.

영화 <조금씩, 천천히 안녕>은 나이 70에 아버지가 치매에 걸리자 7년 동안 두 딸과 부인이 그를 돌보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미국에 거주하는 큰딸은 가까이 살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주 아버지를 보러 오지 못하는 게 속상하고, 미안하다. 반면 둘째딸은 같은 하늘 아래 있다는 이유로 수시로 호출을 당하는데, 푸드트럭이고 식당이고 매번 실패만 하는 터라 경제적으로나 심적으로나 여유가 없어 엄마의 호출이 즐겁지 않다.

한때 교장까지 지낸 아버지는 치매 증상이 점점 심해져서 가족들을 힘들게 한다. 툭하면 집에 간다며 집 밖으로 나가는데 동년배인 아내는 힘들어 미칠 지경이다.

그러던 어느 날 잠깐 사이에 집밖으로 나간 아버지를 찾으러 온 가족이 나서고, 결국 그들은 과거 추억의 장소에서 아버지를 발견한다.

그곳은 늘 바쁘고 무뚝뚝하던 아버지가 가족을 위하는 마음을 잘 보여준 곳이다.

오는 27일 개봉을 앞둔 <조금씩, 천천히 안녕>은 나카지마 교코의 동명의 자전적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이 작품은 작가 본인이 실제 겪은 이야기인 까닭에 치매 환자 가족의 이야기가 실제적으로 잘 담겨 있다.

영화에서는 치매를 조금씩 천천히 이별하는 병이라고 말한다. 본인은 잘 인지하지 못하더라도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모습을 보는 가족들의 마음은 안타까워 미칠 지경이다.

이런 마음이 영화에 잘 드러난다. 치매 환자 가족들이 봐도 충분히 공감될 영화다.

생로병사(生老病死)라는 말이 있듯이 누구나 늙어서 죽기 전에는 병에 걸린다. 그 병이 암일 수도 있고, 치매일 수도 있다.

어느 병이든지 가족들의 마음이야 찢어지겠지만, 가장 소중한 사람들에 대해 잊는다는 것은 참 슬픈 일이다.

전 세계 5천만 명에 달하는 치매 환자들을 돌보고 있는 가족들이 이 영화로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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