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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기사한국영화

욕심 보다 생명이 더 소중

인어전설 스틸컷

아쿠아리움에서 수중 공연을 하면서 매일 술에 쩌들어 사는 전 국가대표 싱크로나이즈 선수 영주(전혜빈 분)는 제주도에서 열리는 수영대회 오프닝 공연으로 해녀들이 싱크로나이즈 공연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제주로 향한다.

하지만 어촌계장이나 해녀인 옥자(문희경 분)는 영주가 영 못마땅하고, 결국 둘이 시합을 해 누가 이기느냐에 따라 결정하기로 한다.

물속에 거꾸로 서서 수중발레를 하는 싱크로나이즈 선수와 아무런 장비 없이 잠수를 해서 각종 해산물을 캐는 해녀의 잠수 대결에 마을 사람 모두의 이목이 쏠린 가운데 둘은 잠수해서 특정 조개를 가지고 나오는 방식으로 겨룬다.

3판 2선승으로 치러진 시합에서 첫 번째는 매일 잠수를 밥 먹듯이 하는 해녀 옥자의 승. 나름 국가대표 출신인데 억울해서 유심히 옥자를 관찰하던 영주는 옥자의 배 둘레에 작은 돌 여럿이 매달려 있는 것을 보고 2번째 시합에서는 엄청나게 큰 돌을 들고 바다 속으로 들어간다.

돌의 무게 덕분이었을까. 2번째 시합에서는 압도적인 스피드로 영주가 승리를 거둔다.

이에 옥자는 자신도 해녀복을 벗고 수영복만 입고 겨루겠다며 해녀복을 벗어 던진다. 똑같은 조건에서 겨뤄진 3번째 시합에서 영주가 더 빨리 조개를 잡지만, 고질병인 천식 때문에 호흡에 문제가 생기자 옥자는 얼른 그녀를 데리고 물 밖으로 나온다.

그리고 먼저 잡았던 사람은 영주라는 이유로 옥자는 동네 해녀들을 모아서 싱크로나이즈를 배우기 시작한다.

수영장은 있으나 비가 오지 않고선 수영장에 물을 채울 방법도 없는 상황에서 여러 난관을 뚫고 드디어 연습이 시작된다.

하지만 같이 온 수영협회 팀장이 며칠간 서울에 올라간 사이 영주는 다시 술독에 빠져서 3일 동안 잠만 자면서 해녀들 지도도 하지 않는다.

이에 결국 수영협회는 특별 공연을 없던 일로 만들고, 영주를 추천한 가연(강연래 분)도 국가대표 감독직을 사임한다.

이 영화는 제주 4.3사건을 다룬 <지슬>을 연출한 오멸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실제 제주에서 태어나 대학에 가기 전까지 제주에서 자란 문희경이 주연인 옥자 역을 맡았다.

제주에 대한 애착이 강한 감독과 제주 사투리가 너무 자연스러운 제주 출신 배우의 의기투합이 만들어 낸 작품이다.

처음 영화가 시작할 때 한국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자막이 나와 청각장애인을 위한 배리어프리 영화인가 하고 생각할 즈음, 영주가 제주에 도착하면서부터 왜 굳이 자막이 필요한지 깨닫게 된다.

마치 외국어처럼 들리기도 하는 제주 방언의 연속 때문에 자막을 봐야 정확한 이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오멸 감독은 문희경이 제주를 떠난 지 오래 된데다 그녀가 살던 서귀포는 당시 시골이어서 과거의 제주 방언을 그대로 구사했다고 설명했다.

감독의 전작인 <지슬>을 감명 깊게 봤다는 전혜빈은 이번 작품에 제안이 들어오자 노 개런티로 출연을 결심했다고 한다.

이에 그녀는 2개월 동안 싱크로나이즈 훈련을 했다고 한다.

이 작품은 여러 측면에서 눈여겨 볼 점이 있다. 제주 해녀의 삶의 애환부터 제주도민들의 무속신앙, 어린나이에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출산부터 하게 된 여성 등.

그 중에서도 욕심보다는 생명을 더 귀히 여기는 해녀의 모습을 눈 여겨 봤으면 한다.

아무리 꼴 보기 싫은 상대와의 시합이지만 그녀가 졸도하자 시합은 제쳐두고 사람의 목숨부터 살리고 보는 옥자의 모습은 허투루 넘기면 안 되는 장면이다.

이 장면에 대해 문희경은 촬영을 하면서도 몇 초만 더 바다 속에 있으면 더 좋은 장면이 나올 것 같았지만, 욕심을 내지 말라는 해녀들의 말이 그때 떠올랐다고 한다.

실제 아무런 장비 없이 바다 속에서 ‘물질’을 하는 해녀들은 전복 1~2개 더 따려고 욕심을 내다가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어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이 철학이라고 한다.

어쩌면 이 영화가 전하려고 하는 메시지는 바로 이 부분에 방점이 찍혀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제주의 숨겨진 아름다움은 물론,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영화 <인어전설>은 오는 15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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