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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증발’해 버린 딸

영화 증발 스틸컷

아동권리보장원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동안 21,980명의 실종 아동이 발생했고, 이중 21,872명이 부모의 품으로 돌아갔다. 2014년 7월부터 일명 ‘코드 아담’으로 불리는 실종예방지침이 시행되면서 ‘단기’ 실종아동의 숫자는 눈에 보이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2017년 전국 경찰청에 장기실종아동 전담부서가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20~30년 이상 된 실종사건을 다루다 보니 장기실종아동 수사는 아직도 ‘실적’이 좋지 않다.

이들이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기 위해선 당사자 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 다큐멘터리 영화 <증발>이 만들어지게 된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2000년 당시 6살이었던 최준원 양은 여느 때처럼 친구네가 운영하는 중국집에 갔다가 돌아오지 않았다. 당시 CCTV도 없고, 목격자도 없어 마치 ‘증발’해 버린 것 같았다.

이에 준원이의 아빠는 딸을 찾으러 전국에 안 가 본 곳이 없다. 왜 아이 혼자 나가게 놔뒀냐고 할지 모르지만, 당시 갓 100일이 된 준원이의 동생을 돌보느라 엄마가 같이 나갈 처지도 안 됐거니와 준원이는 3살 때부터 유치원에 다녀서 자신의 이름도 쓸 줄 알고, 집 전화번호와 친구네 전화번호까지 외우는 똑똑한 아이였다.

그런 준원이가 2000년 4월 4일 집을 나가 지금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다.

그동안 여러 방송에 소개도 되면서 제법 많은 제보전화가 걸려왔다. 더러는 아이, 어른 가리지 않고 장난전화를 했고, 또 더러는 꽤나 신빙성 있어 보여 준원이 아빠가 열일 제쳐두고 확인차 안 가 본 곳이 없을 정도다.

1년 365일, 아니 지금까지 20년 넘게 매일 준원이를 찾으러 다니다 보니 다른 가족들에겐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준원의 언니 준선 씨는 이런 아빠의 모습을 보며 그동안 가족과 시간을 보내지 않던 아빠가 벌을 받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큰딸이 이런 말까지 할 정도이다 보니 부인과도 이혼한지 꽤 됐다. 결국 가정이 파탄이 났다.

이에 대해 준원 양의 아버지 최용준 씨는 2일 열린 <증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장기실종아동 가정의 대다수가 결국 가정 파탄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2017년 경찰에 장기실종아동 전담부서가 생기면서 준원이의 사건도 이곳으로 이첩됐다. 그동안 전국에 수배만 해 놓고 기다리던 상황이었는데, 전담팀 형사들이 발 벗고 다각도로 그녀의 흔적을 찾아 나선다.

그러던 중 출생신고 과정이 의심되는 준원 또래의 여성 몇 명이 포착되고, 이에 경찰은 탐문수사를 거쳐 당사자를 만나 진짜로 준원 양이 아닌지 DNA 검사까지 했지만 결국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7년 동안 준원양의 가족 곁에서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던 카메라에 이런 과정이 전부 고스란히 담겨있다.

극영화였으면 그렇게 꿈에도 그리던 딸을 찾으며 해피엔딩으로 끝났겠지만, 다큐멘터리 영화다 보니 경찰이 그렇게 애써서 찾아낸 인물이 최준원 양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이제 최준원 양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기 위해선 이 영화를 본 많은 관객들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실종당시 모습과 20년이 지난 현재의 예측 모습을 유심히 보고 제보해 주는 수밖에 없다.

장기실종아동 가족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 <증발>은 오는 12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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