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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희생으로 얻은 평화는 정당한가?

영화 홀리보이 스틸컷

이탈리아 알프스의 웅장한 산세에 둘러싸인 외딴 마을 ‘레미스’. 이곳은 대형 참사를 겪은 지역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평온하며 주민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하다.

영화 <홀리보이>는 이 성스러운 평화 뒤에 감춰진 잔혹한 진실을 파헤치는 고품격 심리 스릴러물이다.

이야기는 과거의 상처를 가진 체육 교사 세르지오가 마을에 부임하면서 출발한다. 마을을 지탱하는 비밀은 15살 소년 마테오다.

마테오와 포옹을 하면 개인의 슬픔과 육체적·정신적 고통이 소년에게 흡수되어 사라진다.

세르지오 역시 소년과의 포옹을 통해 오랫동안 자신을 괴롭히던 상처가 씻겨나가는 기적을 경험하지만, 이 성스러운 치유가 실상은 소년 한 명에게 모든 고통을 몰아넣는 기형적인 집단 폭력임을 깨닫는다.

소년의 일상을 침범하고 눈빛 속 고통을 외면하는 마을 사람들의 기괴한 행복 뒤에서, 세르지오는 구원의 명목 아래 자행되는 차가운 착취의 현장을 목격한다.

영화가 던지는 가장 서늘한 질문은 “단 한 명의 아동에게 고통을 전가하여 유지하는 행복은 정당한가?”이다.

또래 아이들처럼 방황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야 할 15살 소년은 마을 사람들의 고통을 받아내는 성역이자 감옥에 갇혀 있다.

주민들은 소년을 성자로 추앙하지만, 그것은 인간 마테오에 대한 애정이 아닌 ‘고통을 없애주는 편리한 기능’에 대한 이기적인 중독일 뿐이다.

눈여겨볼 점은 고통을 잃어버린 마을 주민들의 기괴한 심리 변화다.

마테오 덕분에 고통과 슬픔에서 완벽하게 보호 받아온 그들은 역설적으로 감정의 면역력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가 된다.

작은 좌절이나 불안조차 스스로 감당하고 통제할 ‘마음의 근육’이 퇴화했기에, 소년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사소한 위협 앞에서도 쉽게 이성을 잃고 폭력성을 드러낸다.

고통을 외면하고 얻은 가짜 평화가 인간을 얼마나 유약하고 잔인하게 만드는지 보여주는 서스펜스의 정점이다.

주인공 세르지오의 시선은 관객의 도덕적 시험대가 된다. 관찰자에서 수혜자로, 그리고 소년을 구하려는 인물로 변화하던 그는 결국 지독한 트라우마라는 거대한 고통과 현실 앞에 굴복하며 다시 마테오의 포옹에 안주한다.

그의 마지막 선택은 비겁함에 대한 비난보다는, 인간이 가진 약함과 ‘쉬운 해결책’이 주는 유혹의 무서움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파올로 스트리폴리 감독은 웅장하고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오히려 외부와 차단된 감옥처럼 연출하며 특유의 탐미적이고 서늘한 미장센을 선보인다.

슬픔을 겪고 치유하며 성숙해지는 인간 고유의 특성을 포기한 채, 타인의 희생 위에 구축된 편안함에 중독된 현대 사회를 향한 날카로운 비판이다.

약자에게 삶의 무게를 전가하고 얻은 평화가 과연 유효한지 묻는, 서늘하고 묵직한 영화다. 오는 7일 개봉.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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