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류외국영화톱기사(우측)

친구가 갑을이 되는 순간 일어나는 변화

영화 룩백 스틸컷

세계 3대 영화제로 불리는 베니스·칸·베를린영화제에 13번이나 초청받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신작 <룩백>을 선보인다.

지난달 열린 <제83회 베니스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 이후, 한 달 만에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상영과 무대인사를 진행하는 등 내일(8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아직 초등학교 4학년인 후지노(나나세 후리 분)는 학년신문에 네컷만화를 그리며 친구들의 열화와 같은 반응에 기뻐한다.

그런 후지노에게 담임(쿠도 칸쿠로 분)이 다른 반 친구 중에 등교를 거부하는 아이가 있는데, 이번에 그 아이도 네컷만화를 같이 그리게 해주면 안 되겠냐고 양해를 구한다.

등교도 안 하는 애가 그림을 그리라면 그리겠냐고 했는데, 정작 쿄모토(오카다 로카 분)의 그림이 학년신문에 실리자, 애들이 후지노의 그림은 별로라는 평을 한다.

그동안 다들 그림 잘 그린다고 했는데, 이런 반응을 참을 수 없는 후지노는 하교 후 곧장 서점에 가서 인체데생 책을 사 와 연습한다. 그날부터 집이고, 학교에서고 틈틈이 데생 연습에 매진한다.

점점 미술 관련 서적과 스케치북은 늘어가지만, 주야장천(晝夜長川) 그림만 그린다는 게 문제다.

어느덧 6학년이 된 후지노에게 친구가 같이 놀기도 하자며, 중학교 가서도 그림만 그리면 오타쿠 소리 듣는다고 해도, 계속 그림만 그린다.

친언니조차 너 미대 갈 거냐며, 공부도 좀 하라고 해도, 후지노는 그림 그리기에 매진한다.

졸업식 날 담임이 후지노한테 그동안 같이 학년신문에 만화를 그린 쿄모토에게 졸업장 좀 전해 달라고 부탁한다.

내키지는 않지만 쿄모토의 집에 간 후지노는, 아무도 없는 것 같아서 쿄모토를 응원하는 네컷만화를 그리고 나온다.

후지노의 네컷만화를 본 쿄모토가 방 밖으로 나온다. 후지노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면서, 팬이라고 고백한다.

자기보다 쿄모토 그림이 더 뛰어나다고 생각했는데, 쿄모토의 이런 반응에 후지노가 기뻐한다.

후지노가 공모전을 준비한다는 말에 쿄모토가 아예 후지노 방에 틀어박혀 그림을 그린다.

후지노가 학교에 간 사이에도 혼자 후지노 방에서 불도 안 켜고 그림만 그린다. 하교 후 후지노가 같이 그리기도 하는데, 쿄모토가 더 많이 그린다.

후지노가 만화를 보는 건 재미있는데, 그리려고 하니 지루하다고 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림만 그린다.

둘은 만화에 넣을 장면을 위해 같이 여기저기 다니기도 하면서 가까워진다. 요즘도 학교는 안 다니지만, 이렇게 후지노랑 종종 바깥 외출도 하니 쿄모토에겐 변화라 할 수 있다.

그런 노력 덕분이었을까? 두 사람이 그린 만화가 공모전에서 수상해 만화책에 실린다.

받은 상금 중 10만 엔을 인출한 후지노(데구치 나츠키 분)가 쿄모토(마키타 아쥬 분)랑 놀러 간다.

사람이 무서워서 학교도 안 갔던 쿄모토가 방에서 나오길 잘했다며, 후지노한테 감사 인사를 전한다.

수상도 했으니, 둘은 ‘후지노 쿄’라는 필명으로 계속 만화를 그린다.

이미 17편이나 되는 단편을 발표한 그들에게 출판사에서 연재를 제안해 온다. 그러자 쿄모토가 미대에 진학하고 싶다며, 자기는 연재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후지노한테 말한다.

당황한 후지노가 미대 나와도 취직하기 힘들다, 편의점 점원한테 말도 못 거는 주제에 대학생활 할 수 있겠냐며, 넌 나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한다고 말해도, 이제 후지노한테 기대지 않고 혼자 힘으로 살아보겠다고 하낟.

쿄모토와 결별한 후지노는 사무실을 차리고, 어시스턴트도 여럿 두고, 쿄모토랑 함께 구상했던 <샤크 킥>을 연재한다.

인기도 얻고, 관련 굿즈도 나오고, 이제 프로 소리도 듣지만, 후지노는 어딘지 모르게 허전하다.

그런 가운데 쿄모토가 다니는 미대에서 흉기 난동 사건이 벌어져, 쿄모토가 세상을 하직한다.

영화 <룩 백>은 만화라는 공통점으로 친구가 된 두 사람이 만화가 데뷔라는 성과도 내지만, 끝내 결별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그동안 자기가 젤 그림 잘 그리는 줄 알던 후지노는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쿄모토의 그림이 더 반응이 좋자 그림 실력을 키우기 위해 애쓴다.

하지만 정작 쿄모토가 후지노의 팬을 자처하며, 공모전 준비를 도와주면서 둘은 가까워진다.

은둔형 외톨이인 쿄모토는 마치 ‘그림 노예’처럼 하루 종일 후지노의 방에서 그림만 그린다.

나 대신 그림을 그리는 쿄모토에게 그림 그릴 때 필요한 장면을 보여주려고 같이 외출도 한 거였는데, 그게 오히려 쿄모토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해 더 이상 후지노에게 기대어 살지 않겠다며, 연재에 함께 할 수 없다고 하니, 후지노가 그에게 막말을 쏟아낸다.

이 장면은 마치 그동안 공짜로 부려 먹던 노예가 독립을 선언하자, “네가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며 다그치는 상황과 닮았다.

어쩌면 후지노는 친구로서가 아닌 내가 학교 갔을 때도, 지루해서 그림 그리지 않고 쉴 때도, 군말 없이 대신 그림을 그려 줄 노예라고 생각하고 쿄모토를 대한 건지도 모르겠다.

그런 가운데 자기 꿈을 찾아 쿄모토가 떠나가자, 후지노는 허전함을 느낀다. 쿄모토가 떠난 후, 그의 도움을 도와주는 보조 인력이 더 늘어났고, 이제 종이 대신 태블릿으로 그림을 그리지만, 수년 동안 함께해 온 쿄모토가 없다는 사실 때문에 힘들어한다.

그리고 그 힘듦은 쿄모토가 뉴스에 나온 사건의 피해자로, 세상을 떠났다는 걸 알게 된 후에 배가(倍加) 된다.

그동안 값싸게 부려 먹을 수 있는 ‘그림 노예’라고 생각했던 쿄모토가 이제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실을 알고 난 후, 지금껏 자기가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것도, 공모전을 통해 데뷔할 수 있었던 것도, 지금 ‘프로’ 소리를 듣게 된 것도 모두 쿄모토 덕이었다는 깨달았었기 때문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오늘 부산국제영화제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만화를 영화로 만들게 됐는데, “사람들은 왜 영화를 만드는 것인가?”를 질문하게 됐다며, “그때 받았던 충격을 영화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 <룩 백>은 8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

답글 남기기

Click to listen highlighted t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