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욕부터 먹을 영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가장 눈길을 끈 제목의 영화를 꼽으라면 바로 <수능, 출제의 비밀>이다.
수능 출제 자체가 국가기밀(Ⅱ급)인지라, 영화를 통해 국가기밀을 누설한다고 생각해 정치권에서 또 영화는 안 보고 비난부터 할 것이 예상됐는지, 영화적 상상력을 토대로 만든 영화라고 못 박고 시작된다.
영화의 내용은 이렇다. 담당자의 실수로 엉뚱한 동명이인 국어교사에게 수능 출제위원 위촉 통보를 한다.
스펙이 너무 부족해 고민하던 국어과 출제위원장(유재명 분)이 어쩔 수 없이 맹보람(이선빈 분)을 그냥 출제위원으로 합류시킨다.
원래 오려던 맹보람(정이랑 분)이 왔으면 문제마다 딴지 걸어서 골치 아플뻔 했는데 차라리 잘됐다 싶다.
전부 SKY 출신인데 보람만 지방대 출신인 데다가, 교수가 수두룩한데 촌동네 학교 교사 주제에 첫 회의부터 나서자 눈총받는다.
평가원 담당자(전석호 분)가 알아듣게 설명해도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자, 위원장이 길들이기에 나선다.
문제는 자기들도 이해 못 하는 문제에 대해 동문끼리 밀어주기 위해 아무 말도 안하는 분위기다.
그런 분위기 속에 예 교수(정수영 분)가 쓴 미술을 소재로 한 지문에 대해 동문인 강지혜(이진희 분) 선생이 딴지를 건다.
그렇게 한 문제도 아직 못 만들었는데 국어 문제가 유출됐다는 소문이 돌아 난리가 난다.
우여곡절 끝에 보람이 칸트와 관련한 문제를 내게 된다. 그렇게 출제를 마무리하자 검토위원들이 입소한다.
출제위원장인 문주열과 앙숙인 박경태(김영민 분) 교수가 검토위원장으로 들어와 교수들이 낸 어려운 문제를 문제 삼는다.
심지어 출제위원들이 호평한 맹 선생이 낸 문제에 대해 학위 운운하며 딴지를 건다. 결국 문 위원장과 박 위원장이 육탄전을 벌인다.
마감을 이틀 넘겨 간신히 시험지 인쇄에 들어간 가운데, 강남 일부 학원에서 치른 모의고사 지문이 보람이 낸 문제의 지문과 비슷하다는 걸 알게 돼 보람이 문제를 다시 내자며 딴지를 건다.
공정을 외치는 보람과 달리 현실적 문제를 내세워 다른 위원들이 반대하면서 분란이 생긴다.
연출을 맡은 이용재 감독은 지난 1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온 국민의 관심사니까 관객의 관심을 끌 수 있겠다 싶었다”며 좋은 어른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 이 영화를 첫 연출작으로 택했다고 말했다.
또 주연을 맡은 유재명은 “소동극을 많이 넣어서 문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하려 했다”며 “어떻게 하면 즐거우면서 수능을 객관적으로 바라볼까 했다”고 말했다.
이런 말을 종합해 보면 이 영화는 제목과 달리 수능 출제의 비밀을 까발리는 게 아니라, ‘좋은 어른’을 이야기하는 영화라는 걸 알 수 있다.
물론 출제위원들이 TV나 책을 통해 그동안 수능 출제에 대해 많이 이야기 했지만, 제한된 시간에 보여주려다 보니 생략된 부분도 많다는 게 감독의 말이다.
따라서 서두에 말했듯이 이 영화를 제대로 보지도 않고 제목만 보고 “국가기밀을 누설했네” “주연배우가 간첩상이네” 등 말도 안 되는 비난을 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
밀크 초콜릿보다 다크 초콜릿 같은 영화 <수능, 출제의 비밀>은 이달 28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