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때문에 아버지 장례를 기획한 가족

자기가 근무하는 병원에 입원한 아빠가 곧 세상을 떠날 것 같다는 말에 선영(강말금 분)이 동생 일회(봉태규 분)한테 연락한다.
오늘 중 돌아가실 것 같다는 말에 간호사인 선영이, 저렇게 말하면 1~2시간 안에 돌아가시는 것이라며 일회한테 장례 준비를 하자고 한다.
그나마 조카인 동호(정순범 분)가 이번에 의대에 붙었다는 사실이 위안을 준다.
동호한테 축하 인사를 건네자, 빚쟁이를 피해 도망 다니는 처지에 대학에 안 가겠다고 한다.
고모인 선영이 어떻게든 돈을 만들어서 동호를 대학에 보내야지 않겠냐며 동호 부모를 다그친다.
갑자기 선영이 나타나 다그치는 바람에 미리 부고문자를 작성해 두던 올케(장리우 분)가 실수로 시고모(양말복 분)한테 부고 문자를 보낸다.
고모한테 곧바로 연락이 오고, 부자인 고모한테 거액의 부의금을 받아 동호 입학금을 해결할 생각으로 선영이 아버지가 돌아가신 게 맞는다고 거짓말한다.
문제는 아직 아버지가 돌아가시지도 않았는데, 고모가 빈소로 오자 선영의 주도로 가짜 빈소를 꾸린다.
장례식장 몰래 빈 빈소를 대충 꾸며서 고모를 맞이하는 것 까지는 성공했는데, 고모가 빈소에서 담배를 피우는 바람에 화재감지기가 작동해 직원이 빈소로 내려온다.
망을 보던 올케한테 연락을 받은 선영이 고모를 보내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다행히 직원이 오기 전에 고모를 보내고, 식장 정리도 마쳤다. 게다가 고모가 번듯하게 장례 치르라며 1,000만 원이나 줘서 동호 학비도 해결했다.
학비가 해결돼 동호 엄마가 들뜬 모습을 본 동호 아빠가 사채업자가 병원까지 쫓아 왔다며 고모가 준 돈을 빼앗는다.
다시 동호 학비가 필요해진 상황에서 일회가 단체 문자로 부고장을 보낸다.
아직 돌아가시지도 않았는데 뭐하냐는 선영의 말에 어차피 1~2시간 안에 돌아가실 건데 어떠냐며 이번에 진짜 장례식을 치르자고 한다.
그런데, 주치의가 지금 상태가 연명치료를 중단해도 당장 돌아가실 상황이 아니라며, 곧 돌아가실 것 같다는 말이 오진(誤診)이었단다.
아버지 장례는 치러야겠고, 곧 돌아가실 상황은 아니라는 말에 선영이 ‘가짜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 동생 부부와 작전에 돌입한다.
영화 <고당도>는 돈이 필요해서 곧 돌아가실 것 같은 아버지의 장례를 계획하는 내용이다.
시종일관 재미있는 소동극일 것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예고편이나 줄거리만 보고 너무 기대하고 보지 않는 게 오히려 영화를 즐겁게 볼 수 있는 팁이다.
영화는 돌봄과 부양, 빚의 무게를 견디는 가족의 현실적인 단면을 희극과 비극을 오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배꼽 빠지는 코미디 영화는 아니고, 씁쓸함이 가미된 블랙코미디 영화다.
권용재 감독의 단편영화를 장편으로 발전시킨 이 영화엔 감이 몇 차례 등장한다. 2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 의미를 묻자, 권 감독은 감을 먹으면서 그 맛은 어떤지 모르지만, 계속 감을 먹는 의미를 잘 모르겠는 장면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를 풀이해 보면, 맛이 있든 없든 감은 감인 것처럼 가족도 그런 것이라는 의미로 생각된다.
영화 <고당도>는 내달 10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