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더 미친 것인가?

2010년 제작되어 큰 화제를 모았던 영화 <드림 홈>이 오는 4일 국내에서 뒤늦게 정식 개봉한다.
제작 후 1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이 영화가 지금 우리를 찾는 이유는, 작품 속 비극이 현재 한국 사회가 겪는 부동산 진통과 놀라울 정도로 닮았기 때문이다.
겉보기에 이 작품은 잔혹한 슬래셔 영화(slasher film)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그 내면에는 자본주의의 소용돌이 속에서 파괴되어 가는 한 인간의 서사를 담고 있다.
영화는 주인공 ‘라이’가 고급 아파트 ‘빅토리아 베이’를 소유하기 위해 벌이는 극단적인 선택과 그녀의 과거를 교차하며, 관객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영화는 참혹한 사건들 사이에 주인공 라이의 어린 시절과 청년기를 세밀하게 배치한다.
그녀의 집착은 단순한 탐욕이 아닌 깊은 상실감에서 기인한다.
어린 시절 라이는 정든 이웃들이 살던 동네가 재개발이라는 명목 아래 강제 철거되는 과정을 목격하며 자랐다.
잔혹한 방법으로 쫓겨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느낀 무력감은 성인이 된 그녀에게 누구도 나를 쫓아낼 수 없는 완벽한 내 집에 대한 갈망으로 남는다.
낡고 비좁은 아파트에서 병든 부모를 모시며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려 발버둥 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라이에게 청춘은 낭만이 아닌 숫자와의 전쟁이었으며, 모든 가치 판단의 기준은 내 집 마련으로 귀결된다.
영화는 성실함이 배신당하는 과정을 통해 그녀의 폭주가 벼랑 끝에 몰린 인간의 절규임을 암시한다.
이러한 강박은 우리에게 절대 낯설지 않다. ‘영끌’과 ‘벼락거지’라는 신조어가 생존의 공포를 대변하는 한국 사회의 풍경이 겹쳐 보이기 때문이다.
영화 속 홍콩의 비정상적인 집값 상승과 지금이 아니면 기회는 없다는 불안감은 현재 대한민국의 젊은 세대가 느끼는 절망과 맞닿아 있다.
성실하게 투잡을 뛰고 일상을 포기하며 돈을 모았음에도, 자본의 논리에 의해 계약이 좌절되는 순간 라이의 이성은 무너진다.
그녀에게 집은 이제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를 증명할 유일한 신앙이 된 것이다.
영화는 묻는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폭주하는 개인이 더 미친 것인가, 아니면 평범한 사람을 괴물로 몰아세우는 사회 구조가 더 미친 것인가.
최근 한국에서도 자산 가치를 지키기 위해 단지 내 담장을 쌓거나 특정 계층의 유입을 거부하는 등 부동산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빈번하다.
영화 속 행동은 극단적인 장치일지 모르나, 우리가 자산을 지키기 위해 일상에서 행하는 보이지 않는 폭력 또한 그에 못지않게 비정하다는 사실을 영화는 꼬집는다.
영화 <드림 홈>은 집이라는 공간에 대한 집착이 인간의 존엄성을 어떻게 갉아먹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긴장감 넘치는 전개 끝에 남는 것은 장르적 쾌감이 아니라, 우리가 발을 딛고 서 있는 현실에 대한 씁쓸한 성찰이다.
스크린에서 마주할 이 영화는 우리에게 경고한다.
집이라는 성을 쌓기 위해 그 안에서 숨 쉬어야 할 사람의 영혼이 파괴되고 있다면, 우리가 꿈꾸는 그곳은 이미 ‘드림 홈’이 아닌 ‘지옥’일 뿐이라고.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