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우리를 보고 있다

거장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다시 한번 관객의 고정관념을 뒤흔든다. 영화 <오션스 일레븐>과 <컨테이전>을 통해 장르를 넘나드는 천재성을 입증했던 그가, 이번에는 ‘하우스 호러’라는 익숙한 장르에 독창적인 카메라 기법을 덧입혔다.
신작 <프레젠스>는 단순히 무서운 영화를 넘어, ‘보는 방식’에 대한 근원적인 공포를 파헤친다.
영화는 평범해 보이는 한 가족이 교외의 고풍스러운 저택으로 이사 오면서 시작된다.
성공에 집착하는 엄마 레베카(루시 리우 분)와 낙천적인 아빠 크리스, 그리고 사춘기 자녀들은 새 출발을 꿈꾸지만, 집 안에는 이미 이들을 기다리는 존재(Presence) 있다.
이 미스터리한 존재는 가족의 일상 속으로 깊숙이 파고든다. 친구를 잃은 슬픔에 잠긴 딸 클로이에게 기묘한 유대감을 표현하는가 하면, 가족 간의 편애와 갈등이 폭발할 때마다 물리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며 집 안의 공기를 얼어붙게 만든다.
영화는 이 존재가 단순한 악령인지, 혹은 가족의 어두운 내면을 비추는 거울인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파국을 향해 달려간다.
이번 작품의 가장 파격적인 지점은 촬영 방식에 있다.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카메라는 집 안에 상주하는 ‘보이지 않는 존재’의 시선을 유지한다.
관객은 거실 구석이나 계단 위에서 이사 온 가족의 일상을 숨죽여 관찰하는 제3의 존재가 된다.
기존 호러 영화들이 갑자기 튀어나오는 귀신으로 관객을 놀라게 했다면, <프레젠스>는 시선 그 자체로 압박을 가한다.
가장 사적인 공간인 집에서 누군가 나의 비밀을 지켜보고 있다는 설정은 그 어떤 유혈 낭자한 장면보다 서늘한 공포를 선사한다.
극이 후반부로 치달으며 관객은 기묘한 의문에 직면한다. 집 안을 떠도는 존재의 정체가 예상과 다를 수 있다는 실마리가 던져지기 때문이다.
존재가 드러내는 비정상적인 집착과 특정 구성원을 향한 보호 본능은, 이 유령이 가족의 과거 혹은 미래와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반전을 암시한다.
진짜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 영화는 단순한 공포물을 넘어 안타까운 비극으로 탈바꿈한다.
배경은 저택 내부로 한정되지만, 폐쇄된 공간의 답답함은 배우들의 밀도 높은 연기로 채워진다.
특히 루시 리우는 가족을 완벽하게 통제하려 하면서도 내면은 불안으로 가득 찬 엄마 역할을 맡아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산한다.
소더버그 감독은 값싼 특수효과에 의존하지 않고 정교한 사운드 디자인과 감각적인 연출만으로 공간의 공기를 바꾼다.
상영관을 나설 때, 관객은 익숙했던 내 집 어두운 모퉁이에 정말로 무언가 존재할 것만 같은 잔상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장르적 쾌감과 예술적 실험을 동시에 잡은 <프레젠스>는 오는 4일 개봉 예정이다.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