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관통하는 소통의 아이러니와 따뜻한 유머

60여 년 전 도쿄 변두리 마을을 배경으로 한 컬러 영화가 오늘날 우리에게 말을 건다.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1959년 작 <안녕하세요>는 단순한 고전의 반열을 넘어, 디지털 시대를 사는 현대인에게도 유효한 소통의 본질을 꿰뚫는다.
영화의 갈등은 사소하다. 집에 TV를 들여달라는 형제의 투정과 이를 거부하는 부모의 대립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은 쓸데없는 말만 하면서 정작 중요한 내 말은 안 듣는다”며 입을 닫아버린다.
흥미로운 점은 이 풍경이 2026년 현재와 놀랍도록 닮았다는 것이다. 당시의 ‘TV’는 오늘날의 스마트폰이나 유튜브로 치환된다.
신기술을 갈망하는 세대와 그로 인한 단절을 우려하는 기성세대의 갈등은 동서고금을 막론한 보편적 정서다.
아이들의 엉뚱한 침묵 투쟁은 식사 자리에서 각자 스마트폰만 바라보는 우리의 모습과 겹치며 씁쓸한 미소를 자아낸다.
아이들은 “날씨가 좋네요”, “어디 가시나요?” 같은 이웃 간의 인사를 불필요한 소음이라 치부한다.
하지만 이들의 침묵으로 이웃 사이에 오해가 쌓이는 과정은 역설적으로 그 사소한 빈말들이 사회를 지탱하는 핵심 윤활유였음을 증명한다.
알맹이 없는 대화 속에 담긴 최소한의 존중과 관심. 이는 단톡방의 차가운 텍스트나 SNS의 좋아요만으로는 채워질 수 없는 온기다.
오즈 감독은 자칫 따분할 수 있는 이 교훈을 특유의 정갈한 미장센과 아이들의 익살스러운 장난을 통해 경쾌하게 전달한다.
바닥에 낮게 깔린 카메라 앵글, 이른바 ‘다다미 샷’으로 포착한 평범한 가정집은 세월을 뛰어넘어 우리를 그 시절의 다정한 공기로 초대한다.
영화가 끝날 무렵 서투르게 다시 시작되는 인사는 관객에게 묻는다. 우리는 효율적인 대화에만 집착한 나머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가장 쉬운 방법인 안부를 잊고 사는 것은 아닐까?
기술은 변해도 사람이 사람과 닿고 싶어 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
이것이 1959년의 영화가 낡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자극적인 콘텐츠에 지친 2026년의 관객들에게 이 영화는 여전히 유효한, 아니 어쩌면 더 절실해진 다정한 안부 인사다.
영화 <안녕하세요>는 오는 11일 재개봉한다.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