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운 초록 뒤에 숨겨진 잔혹한 야생

싱그러운 청춘물을 기대했다면 이는 관객의 오산이다. 영화 제목인 <올 그린스> 포스터 속 세 소녀의 환한 미소를 보고, 푸른 잔디밭 위를 달리는 무해한 성장 영화를 기대했다면 반전을 마주하게 된다.
이 영화가 품고 있는 초록은 싱그러운 자연이 아니라, 법의 테두리를 넘어선 금단의 열매 ‘대마’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마음 붙일 곳 없는 ‘보쿠 히데미’, 예쁘고 쾌활해 보이지만 말 못 할 사정을 숨긴 ‘미루쿠’, 그리고 꿈과 재능의 갈림길에서 좌절하며 길을 잃은 ‘이와쿠마’.
이 세 명의 여고생을 하나로 묶은 것은 다름 아닌 일확천금의 꿈이다. 그저 답답한 시골 마을을 탈출해 눈부신 미래로 나아가고 싶었을 뿐인 소녀들은 밑천을 마련하기 위해, 수익을 창출해 줄 ‘초록색 사업’에 손을 뻗는다.
청량해야 할 그들의 청춘은 그렇게 위험하고 불미스러운 계획과 함께 시작된다.
영화는 세 소녀가 처한 ‘여성’이자 ‘청소년’이라는 이중적 약자의 위치를 가차 없이 파헤친다.
가장 안전해야 할 울타리 안에서 벌어지는 가정폭력, 일상의 그늘에 도사리고 있는 성폭력의 공포, 사회적 지위와 물리적 완력에 의해 자행되는 권력형 폭력까지 담아낸다.
감독은 이들이 왜 범죄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사회가 방치한 소녀들의 상처를 가감 없이 드러낸다.
세상은 이들에게 ‘싱그러운 청춘’을 강요하지만, 정작 그들이 마주한 현실은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된 야생과 다름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매력적인 이유는 불행의 전시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폭력의 피해자로만 남는 대신, 소녀들은 서로의 상처를 ‘공범’이라는 이름의 연대로 치유하며 세상에 맞선다.
영화의 끝에서 관객을 향해 던지는 비웃음 섞인 대사 “그렇게 되겠냐, 바보!”는, 기성세대가 규정한 올바른 성장의 잣대를 가볍게 무시해버린다.
비록 미래가 엉망진창일지라도, 혹은 꿈꿨던 대박이 터지지 않더라도 어쨌든 우리는 살아간다는 지독하게 아프면서도 묘한 해방감을 선사한다.
청량함으로 포장된 지독한 현실, 그 속에서 핀 독초 같은 소녀들의 눈부신 질주를 그린 <올 그린스>는 오는 6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