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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기사(우측)한국영화

가짜에서 피어난 진짜 온기

영화 카를로비바리 스틸컷

“해외 로케이션 예산은 증발했지만, 카메라는 멈출 수 없다.”

영화 제작의 벼랑 끝에서 피어난 가짜 로케이션 소동극. 그 황당한 표면 아래에는 유기적으로 숨 쉬는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들과 끈끈한 인간적 관계망이 단단히 자리 잡고 있다.

영화 <카를로비바리>는 체코의 아름다운 휴양도시 카를로비바리를 배경으로 한 신인 감독의 입봉작이 제작비 전액 증발이라는 초유의 재앙을 맞이하며 시작한다.

영화는 자칫 코믹한 해프닝에 그칠 수 있는 소재를 다루면서도, 이를 영화인들의 치열한 ‘생존 서사’로 끌어올린다.

투자금을 배상하지 않기 위해 사방이 푸른 크로마키 세트장에서 체코 현지 풍광을 구현해야 하는 황당무계한 가짜 로케이션 촬영.

이 얼토당토않은 미션이 관객에게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지극히 현실에 밀착된 캐릭터들을 생생하게 묘사해 낸 덕분이다.

이 영화의 가장 결정적인 매력은 전형성을 탈피한 캐릭터 구축과 그들이 형성하는 다층적인 관계망에 있다.

인물들은 단순한 직업적 동료를 넘어 혈연과 인연으로 촘촘히 얽혀 있다.

덕분에 거스를 수 없는 파도 속에서도 서로를 끝내 버리지 못하는 끈끈한 집단적 케미스트리를 완성해 낸다.

영화 속 인물들이 펼치는 티키타카는 단순한 유머 소비에 그치지 않는다.

낮에는 투자사 직원, 밤에는 촬영 장비를 마련하기 위해 대리운전을 하는 진철부터, 밤낮없이 배송 일에 뛰어드는 감독 성제와 하나, 건까지.

희극과 비극의 절묘한 경계를 넘나드는 이들의 분투는 영화를 끝까지 놓지 못하는 절박한 심정을 관객에게 그대로 전달한다.

이들은 모두 가짜 배경을 만들어내는 사기극의 공범이자, ‘영화 완성’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달리는 유일무이한 동반자들이다.

사방이 가짜로 가득 찬 스튜디오 안이지만, 인물들이 나누는 온기와 서로를 향한 의리만큼은 그 무엇보다 진실하다.

이 끈끈한 관계에서 나오는 유기적인 앙상블은 극의 긴장감을 완화하는 동시에 관객에게 이 무모한 도전을 진심으로 응원하게 만든다.

영화 <카를로비바리>는 영화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가 가진 독특한 재미를 선사하는 한편, 한계 상황에 처한 인간들이 서로를 끌어안으며 만들어내는 인간적인 온기를 놓치지 않는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입체적인 매력과 이들이 자아내는 훌륭한 케미스트리는 올가을 극장가를 찾는 관객들에게 기분 좋은 웃음과 따뜻한 감동을 동시에 안겨줄 것이다.

영화 <카를로비바리>는 오는 9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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