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얼굴을 온전히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영화 <소피의 세계>로 일상의 미세한 결을 세심하게 포착해냈던 이제한 감독이 두 번째 장편 영화 <환희의 얼굴>로 돌아왔다.
영화는 ‘환희’라는 한 인물을 중심에 두고 네 개의 각기 다른 에피소드를 차곡차곡 쌓아 올린다.
그러나 영화가 끝난 뒤 관객의 머릿속에 남는 질문은 하나다.
“그래서 환희는 대체 어떤 사람인가?”
영화 속 환희(정이주 분)는 상황이나 상대하는 인물에 따라 매번 다른 표정을 짓는다.
누군가의 앞에서는 동정과 관심이 필요한 약자지만, 또 다른 이 앞에서는 차갑고 서늘한 배신자의 얼굴을 하고, 어떤 관계에서는 기꺼이 자신을 던지는 희생과 사랑의 얼굴을 내비친다.
영화는 환희의 진짜 속마음이 무엇인지 친절하게 설명하려 들지 않는다.
그저 네 번의 이야기 흐름 속에서 타인과 부딪히며 변주되는 환희의 수많은 ‘페르소나’를 담담히 포착할 뿐이다.
우리는 흔히 나 자신에게 고정된 하나의 모습이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현실의 우리는 마주치는 상대와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인물이 되곤 한다.
이제한 감독은 이 지극히 인간적인 특성을 구조적 실험으로 풀어냈다.
에피소드가 거듭될수록 관객은 환희라는 인물을 단정 짓는 대신, “혹시 나 역시 누군가에게는 전혀 다른 얼굴로 기억되고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게 된다.
극적인 사건이나 거친 모험 대신, 일상 속 오해와 이해, 경계와 호의가 교차하는 순간들을 차분하게 조명한 연출이 돋보인다.
환희 역의 정이주 배우는 선함과 서늘함, 순수함과 영악함을 오가며 영화의 모호성을 매력적인 미스터리로 바꾼다.
여기에 김시은, 황미영 등 존재감을 지닌 배우들이 이웃과 타인으로 등장해 현실감 넘치는 호흡을 더하며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영화 <환희의 얼굴>은 타인을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불가능한 일인지, 동시에 그렇기에 우리가 타인에게 들여야 하는 시선이 얼마나 조심스러워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자극적인 서사나 명확한 해답을 기대한 관객에게는 다소 낯설게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는 자신을 발견해 본 적 있는 이라면, 영화가 제시하는 질문들 앞에서 깊은 여운을 느끼게 될 것이다.
영화는 오는 9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