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흙수저로 돌아가라고?

대학은 나왔지만, 취업이 안 돼 ‘심부름 대장’이라는 앱으로 사람들이 의뢰한 일을 대신 해주며 몇 푼씩 받아 근근이 먹고 사는 아지(아지즈 안사리 분)는 아메리칸 드림도 죽었는데, 나도 죽을까 생각한다.
사람들이 운전 중 문자를 못 하게 막는 일을 하는 천사 가브리엘(키아누 리브스 분)은 사람들의 영혼을 위한 일다운 일을 하고 싶어하던 차에 우연히 아지의 이런 상황을 알게 된다.
그래서 천사 대장인 마사의 조언은 귀담아듣지도 않은 채 며칠 동안 아지를 지켜본다.
다행히 아지가 심부름하다가 제프(세스 로건 분)라는 한 부자의 비서가 된다. 하지만, 데이트하면서 법인카드로 결제해 얼마 안 돼 잘린다.
게다가 밥 먹고 나오자, 차가 견인되는 일을 당해 잘 곳조차 없어진다. 아지가 절망에 빠지자 이때다 싶어 가브리엘이 아지 앞에 나타난다.
앞으로 아지의 삶을 보여주는데 얼핏 괜찮아 보이지만, 실상을 알면 절망적이다.
열심히 살아봤자 소용없지 않냐는 아지의 말을 들은 가브리엘이 제프와 삶을 바꿔준다.
어안이 벙벙하지만 부자 제프의 삶을 사는 게 나쁘지는 않다. 대신 얼마 전부터 만나던 엘레나가 아지를 기억하지 못하는 게 단점이다.
삶만 바뀌었을 뿐 같은 외모이니 다시 엘레나를 꼬셔, 사귀기 시작한다.
1주일 동안 부자의 삶을 산 아지는 예전의 살이 더 가치 있지 않냐는 가브리엘한테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한다.
규정상 억지로 돌려보낼 수는 없어서 가브리엘이 마샤한테 이실직고한다.
그 바람에 가브리엘은 천사 날개를 뺏긴다. 사태 해결을 위해 가브리엘이 제프의 기억을 되돌리고, 제프와 아지의 삶을 바꾸려 합지만, 쉽지 않다.
며칠만 더 있다가 원래의 삶을 돌려주겠다던 아지가 엘레나와 진도를 서두르다가 싸운다.
엘레나를 달래기 위해 운전 중 문자를 보내다가 사고를 당한다.
혼수상태인 아지가 깨어나기 전까지 상황을 되돌릴 길이 없어진다. 심지어 가브리엘도 천사가 아닌 인간의 삶을 살게 된다.
3주 만에 깨어난 아지는 제프의 삶을 돌려주기 싫어서 기억상실인 척한다.
영화 <굿 포츈>은 천사의 도움으로 우연히 부자의 삶을 살게 된 흙수저 이민자 때문에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원래 지금의 삶이 더 가치 있다는 깨달음을 주기 위해 천사가 1주일만 부자와 삶을 바꿔줬지만, 돈을 물 쓰듯 쓰는 지금이 평생 열심히 일해봤자 남 밑에서 죽도록 일만 해야 하는 것보다 훨씬 좋다며 다시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버티면서 상황이 꼬인다.
노동의 가치가 소중한 건 알지만,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일하면서도 결국 경제적으로 나아지지 않는 삶을 만족할 사람이 어디 있을까?
다시 돌아가야 하는 건 알지만, 집도 차도 없는 삶으로 돌아가는 게 두려운 아지가 망설이는 모습은 어쩌면 가장 인간적인 모습이 아닐까 싶다.
쿠팡과 SPC 등에서 일하다 죽는 노동자를 떠올리면 아지를 꼭 나쁘다고 욕할 수 없는 현실이 씁쓸하다.
영화 <굿 포츈>은 7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