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만 좋아서 아쉬운

출판사를 통해 한 남자(송승기 분)가 소설가인 미수(남소연 분)한테 일기장을 보낸다. 왜 일면식도 없는 사내가 이런 수고를 하면서까지 나한테 일기장을 보냈을까 궁금한 미수가 남자가 있는 요양원에 간다.
그리고 곧이어 코마 상태에 있는 남자의 내레이션이 이어진다. 남자는 코마 상태에서 본인이 꾸는 악몽에 대해 들려준다.
남자가 보낸 일기장은 1978년 8월, 이서연(송연 분)이라는 여고생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서연은 좋아하던 선배(임유택 분)가 광주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자 떠나버린 첫사랑에 대해 아쉬워한다.
가능성은 낮지만, 선배랑 같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열심히 공부한다. 그리고 다행인지, 기적인지 그 대학에 합격한다.
하지만, 입학해도 선배를 만나지 못한다. 데모 주동자로 몰려 선배가 늘 도망 다녔기 때문이다.
선배를 찾으러 선배의 고향인 영광으로 찾아가자, 형사가 서연을 미행한다. 결국 눈앞에서 선배가 연행된다.
경찰에 끌려간 선배는 갖은 공문을 당한다. 서연은 선배가 잡혀간 게 자기 탓 같아서 선배네 집에 살며 어머니(이윤희 분)의 방앗간 일을 돕는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1977년 11월, 선배가 집으로 돌아온다. 선배는 서연에게 복학도 하고, 집으로 돌아가라고 한다.
그러면서 어차피 끌려갈 상황이었지, 너 때문에 끌려간 게 아니라고 타이른다. 그래도 서연이 말을 안 듣자, 선배가 냉랭하게 대한다.
보다 못한 선배의 엄마가 두 사람의 혼인신고를 한다. 서연은 부부가 된 게 기쁘지만, 선뱆는 그렇지 않은가 보다.
억지로 둘은 1박2일 신혼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선배가 고3 때 우연히 학교에서 서연을 보고 짝사랑했었다고 고백한다.
그러면서 야당 정치인이었던 아버지가 고문으로 죽는 걸 후로 자기한테도 같은 일이 벌어질까 두려워 연애하기 무서웠다고 말한다.
1980년 5월 17일, 갑자기 배에 통증이 온 서연이 택시를 타고 광주에 있는 산부인과에 간다.
다음날, 총소리를 들으며 딸을 출산한 서연은, 오겠다더니 오지 않는 남편을 찾아 떠난다. (이 과정에서 실제 당시 촬영한 흑백필름이 재생된다.)
금남로에서 군인들을 피해 도망가던 서연이 골목에서 한 군인과 마주한다. 그의 이름은 이정우. 바로 서연의 일기장을 미수한테 보낸 남자다.
사태가 진정된 후에도 서연은 계속 남편을 찾아 다닌다. 하지만, 남편을 찾을 수 없어 ‘당신이 사라져도 꼭 찾아서 집에 데려오겠다’던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
영화 <5월 18일생>은 1980년 5월 18일, 광주에서 태어난 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먼저 산부인과에 가면 곧 오겠다던 남편이 오지 않자, 여자를 낳은 직후 여자의 엄마가 남편을 찾으러 다닌다.
갓 태어난 딸도 팽겨 치고 수년 동안 남편을 찾으러 다니지만, 죽었는지 살았는지 도통 찾을 수가 없어 결국 몸이 망가져 서연(현서영 분)이 요양원에 들어간다. 그리고 거기서 5·18 때 자기를 순순히 보내준 진압군과 만난다.
한편, 엄마가 이렇게 된 게 하필 5·18에 자기가 태어나서인 것 같아 미수는 자기 삶에서 5·18을 지우려고 애쓴다.
그러나 학교에서 5·18 진압군의 아들을 만나자 학교를 그만둔 후, 바닷가 마을에서 은둔생활을 한다.
이 영화는 실존인물인 김소형 씨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제작했다. 당시의 영상과 37년 후 열린 5·18 기념식에서 김소형 씨의 발언 영상이 그대로 삽입돼 사실성을 높인다.
영화를 연출한 송동윤 감독은 5·18 당시 재수생이었는데, 금남로에서 친구를 기다리다가 급히 도망쳤다. 이후, 그 당시 도망쳐서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을 안고 살아온 감독은 동명의 소설을 2019년 출간한 데 이어, 이번에 영화를 만들었다.
소재나 취지는 좋았는데, 아쉬움이 큰 게 사실이다. 크게 보면 서연, 정우, 미수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내레이션의 비중이 너무 높아 몰입감을 해친다.
게다가 배우들의 연기가 색감 역시 30~40년 전 ‘비디오 영화’를 보는 것 같고, 5·18 때 사라진 남편의 소지품에서 요즘 사용하는 교통카드가 나오는 등 옥에 티가 곳곳에 있다. 때문에 소재에 비해 완성도가 떨어지는 느낌이 드는 게 사실이다.
영화 <5월 18일생>은 이달 14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