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괴물은 누구인가

유령을 보고 대화할 수 있어 온 마을의 괴짜 취급을 받던 11살 소년 ‘노만’.
그는 해가 지기 전 마녀의 무덤에서 저주를 봉인해야 한다는 미션을 받는다.
그러나 일진 소년 앨빈의 방해로 시간을 놓치면서 300년 전 마을 어른들에 의해 처형되었던 재판관들이 좀비로 깨어난다.
영화는 표면적으로 마녀의 저주, 부활한 좀비, 유령을 보는 소년이라는 전형적인 B급 호러의 요소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이 구성을 관통하는 진짜 주제는 ‘집단 광기와 편견’이다.
300년 전 억울하게 죽은 마녀의 정체가 그저 남들과 조금 달랐던 11살 어린 소녀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순간, 영화는 판타지에서 지극히 현실적인 인간 사회의 단면으로 확장된다.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특별함’을 접했을 때 느끼는 두려움, 그리고 그 두려움을 정당화하기 위해 타인에게 ‘괴물’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인간의 간사함과 폭력성을 영화는 날카롭게 꼬집는다.
정작 흉측한 외모의 좀비들은 죄책감에 시달리며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있었지만, 진짜 괴물처럼 광기에 사로잡혀 폭도로 변한 것은 평범한 마을 사람들이었다.
이 비대칭적인 연출은 서늘한 여운을 남긴다. 클라이맥스에서 노만이 애거사를 대하는 방식은 이 영화의 정점이자 존재 이유다.
폭풍처럼 분노하는 영혼을 향해 노만이 내민 것은 퇴마용 주문이나 무력이 아니었다.
“나도 너처럼 외로웠고,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상처받았다”는 진심 어린 인정과 공감이었다.
타인에게 받은 상처로 스스로 괴물이 되어버린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응징이 아니라,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단 한 사람의 온기라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영화 <코렐라인>을 선보였던 라이카 스튜디오의 핸드메이드 스톱모션 기법은 <파라노만>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한다.
최초로 도입된 컬러 3D 프린팅 기술은 캐릭터의 아주 미세한 표정 변화까지 잡아내며, 기괴하면서도 사랑스러운 기묘한 미장센을 완성했다.
다소 어둡고 스산한 분위기 속에서도 시각적인 즐거움과 독창적인 분위기를 한시도 놓치지 않게 만든다.
애니메이션 <파라노만>은 아이들을 위한 으스스한 동화처럼 시작해, 어른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묵직한 성장 드라마로 끝을 맺는다.
세상이 지정한 ‘이상함’에 상처받아 본 적 있는 모든 이들에게, 그리고 나도 모르게 타인을 쉽게 판단하고 배척했던 이들에게 깊은 울림과 반성을 선사한다. 오는 26일 개봉.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