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저래도 죽음뿐

은퇴를 앞둔 기장 리치가 상하이행 비행기에 오른다. 누구는 왜 무료로 좌석 업그레이드를 안 해주냐며 툴툴거리고, 누구는 비행기가 추락할까 봐 걱정돼서 못 타겠다고 하고, 누구는 E-스포츠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각자 저마다의 이야기를 안고 비행기에 탄다.
성질 때문에 아직도 부기장인 벤(아론 에크하트 분)이 노기장을 잘 보필하면서 비행을 이어간다.
중간에 낙뢰로 살짝 기체가 흔들리긴 했지만, 승객 모두 편안하게 비행을 즐기던 중 규정을 어기고 수하물에 보조배터리를 부친 승객 때문에 화물칸에 불이 난다.
이를 감지한 부기장이 관제소에 알려 가까운 괌공항에 비상착륙 하기로 한다.
그런 상황에서 폭발이 일어나면서 객실이 파손되고, 기압에 문제가 생긴다. 이에 쉬고 있던 기장이 급히 자리로 돌아와 기체를 하강시킨다.
안정되나 싶다가 이내 여기저기 화물이 부딪히면서 기체 파손이 심각해진다. 결국 엔진 2개 다 고장 나고 만다.
어쩔 수 없이 기장이 바다 위에 비상착륙을 하기로 결정한다.
노련한 기장과 젊고 똑똑한 부기장이 힘을 합해 무사히 바다에 내리지만, 바다 밑 바위에 기체 하부가 찢기면서 비행기가 동강 난다.
그렇게 뻥 뚫린 기체에 몇 사람이 살아남았지만, 문제는 이들 앞에 상어가 나타났다는 점이다.
물에 잠긴 비행기 안에 있으면 산소가 부족하고, 바다 위에 떠 있으면 상어한테 잡아먹힐 위기 속에 다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기 위해 뛰어들면 곧바로 상어 밥이 되고 마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개개인의 인간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다리가 끼어서 조종실에서 탈출하지 못한 기장이 죽고, 이들을 구하러 온 헬기마저 상어 때문에 추락한다.
희망이 사라진 그때, 인근에서 조업 중이던 중국 어선이 국제협약에 따라 생존자들을 구하러 온다.
그러나 산호초 때문에, 가까이 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상어가 공격할까 봐 선뜻 다가가지 못하고 여전히 구명정 위에서 어쩌지 못한다. 그때 중국 어선이 기지를 발휘해 상어떼를 유인한다.
영화 <딥 워터>는 바다에 추락한 비행기에 타고 있던 생존자들이 상어라는 거대 포식자 앞에서 간절히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는 내용의 작품이다.
원래 물 위에 비상착륙하는 것이 상당히 위험하고 까다로운 방법인데, 여러 난관을 뚫고 겨우 살아남은 이들이 산소 부족으로 죽느냐, 상어의 먹이가 될 것이냐를 두고 고민하는 모습을 잘 그렸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몇 해 전부터 할리우드 영화에 거대 중국 자본이 들어오면서 내용에 영향을 끼치는 일이 다반사인데, 이 영화 역시 ‘상하이행 비행기’ ‘중국인 E-스포츠 선수단’ 그리고 ‘중국어선이 살신성인의 자세로 구조한다는 내용’까지 중국에 관한 이야기가 너무 많이 묻어 있어서 살짝 거부감이 드는 게 사실이다.
과거 미국 대통령이 지구도 구하고, 납치된 비행기에서 혼자 테러리스트와 싸웠다면, 이 영화에선 중국 선원들이 조난 당한 승객을 구한다는 점이 지금 세계 영화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얼마나 커지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무더위를 날릴 영화 <딥 워터>는 오는 9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