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이 스크린 속으로 들어갈 때

영화가 현실을 그대로 관조하거나 반영하는 매체라는 고전적인 영화관에 대해, 프랑스 누벨바그의 자크 리베트(Jacques Rivette) 감독은 영화적 픽션 그 자체의 구조와 놀이성을 탐구하는 방식으로 답한다.
1974년작 <셀린느와 줄리 배 타러 가다>는 영화를 관람하는 행위와 서사에 직접 개입하는 과정을 가장 독창적으로 구현한 작품이다.
3시간 13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몰입감을 놓치지 않는 이 영화는, 도서관 사서 줄리(도미니크 라브리에 분)와 카바레 마술사 셀린느(줄리에트 베르토 분)의 우연한 추격전으로 시작해 파리 외곽의 정체불명 저택을 오가는 구조로 전개된다.
영화의 핵심 축은 외곽 저택 내부에서 반복되는 19세기풍 멜로드라마다. 홀아비 올리비에와 두 여성 사이의 갈등, 그리고 어린 딸 마들린을 둘러싼 이상 사건이 정해진 시나리오에 따라 재현된다.
두 주인공은 저택에서 나온 뒤 입안에 남아 있는 사탕을 녹여 먹으며, 저택 내부에서 목격한 파편화된 비극의 장면들을 복원해 낸다.
이 사탕은 메타영화적 장치다. 어두운 극장에서 사탕을 먹으며 영사기 불빛을 바라보는 행위, 즉 ‘영화 관람’이라는 물리적·감각적 경험을 상징적으로 시각화한 셈이다.
그러나 이 작품의 구조적 독창성은 두 주인공이 단순한 관찰자에 머물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저택 속 인물들이 가부장제와 고전적 멜로드라마의 정형화된 대본에 갇혀 있을 때, 셀린느와 줄리는 그 픽션의 공간 내부로 직접 진입한다.
정해진 동선을 방해하고 대사 타이밍을 교란하며 서사적 흐름에 균열을 낸다. 수동적인 관객에 머물지 않고 이야기의 주도권을 쥐며 픽션의 공간에 직접 개입하는 순간이다.
영화 <셀린느와 줄리 배 타러 가다>는 1970년대 페미니즘 영화 비평계에서도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고전 멜로드라마 서사가 여성을 남성의 선택을 기다리는 경쟁자나 가부장제 내부의 수동적 존재로 배치했다면, 리베트의 카메라 안에서 셀린느와 줄리는 서사를 이끄는 능동적 주체로 활약한다.
두 인물은 서로의 역할을 바꿔 맡고 확장해 나가며 픽션 내부의 미스터리를 파헤친다.
연출자 1인의 권위에 의존하지 않고 감독과 두 주연 배우가 대사와 설정을 함께 구성한 집단 창작 방식 역시 영화 내부의 역할 교환 서사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남성 중심적 권위는 희화화되고, 두 여성의 주체적인 놀이는 고전적 서사가 가진 억압적 틀을 효과적으로 해체한다.
자크 리베트는 이 작품을 통해 영화가 고정된 결말을 전달하는 일방적인 매체가 아니라, 관객의 상상력과 결합해 얼마든지 재구성될 수 있는 가변적 공간임을 보여준다.
영화 <셀린느와 줄리 배 타러 가다>는 픽션과 현실, 관찰과 개입의 경계를 다루는 엄밀한 구조적 실험이다.
독자이자 관객은 고전적인 인과관계의 틀에서 벗어나 영화적 픽션이 작동하는 원리 그 자체를 탐구하는 지적 즐거움을 경험하게 된다.
영화 <셀린느와 줄리 배 타러 가다>는 오는 30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