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은 사랑이 아냐
조실부모(早失父母)한 영문(최현진 분)과 영준(최우록 분) 형제는 동네에서 소문난 문제아다. 모든 문제의 원인은 이 둘 중 한 명으로 생각해도 무방할 정도다.
하지만, 한편으로 부모 없이 중1, 초6 둘만 살기에 짠한 마음도 있어서 그 누구도 차마 형제를 혼내거나 간섭하지 않는다.
여름방학을 앞두고 서울에서 기준(이재준 분)이 전학 온다. 성적이 그리 좋지 않은 까닭에 농어촌특별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아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엄마가 억지로 초등학교 6학년인 기준을 반강제로 전학시킨 것이다.
교무실에서 전학 수속을 마치고 나오니 신발장에 있던 기준의 신발이 없어졌다.
아이들이 하교한 후라 담임(강길우 분)은 영준이 밖에 그럴 사람이 없다며 의심하지만, CCTV가 고장 나서 확인할 방법이 없다.
저녁에 기준과 함께 마트에 갔더니 문을 닫아서, 동네 슈퍼에 가니 마땅한 신발이 없어서 일단 나중에 사기로 한다.
기준이 엄마는 동네 엄마들한테 영준이네 사정을 들은 후, 짠한 마음에 기준이 학용품을 사면서 영준이 것까지 하나 더 산다.
그리고 담임한테 더 이상 기준이 신발을 누가 가져갔는지 찾지 않는 게 좋겠다고 한다.
축구를 좋아하는 기준이 하교 후,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다가 실수하자 중학생 형이 주먹을 날린다.
동생인 영준한테 얘기를 전해 들은 영문이 기준이를 데리고 그놈을 찾아가 복수를 대신해 준다.
사실 어른들 눈에나 나쁜 애들인 것처럼 보이지, 영문과 영준 형제가 그리 나쁜 애들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된 기준은 영문을 따라다니며 일탈을 일삼는다.
그리고 결국 경찰서에 불려 가는 일까지 벌어진다.
영화 <여름이 지나가면>은 단지 불쌍하다는 이유로 동네 어른들이 방임해 삐뚤어진 형제에 관한 영화다.
일찍이 부모를 여읜 것은 안 된 일인지만,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한 형제가 삐뚤어지지 않도록 동네 어른들이 보살펴 주지 않고 짠한 것들 너희 살고 싶은 대로 살아라하는 마음으로 방임하는 것은 그들을 사랑하는 게 아니다.
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부모가 없는 영문과 영준 형제는 더더욱 온 마을의 관심이 필요하다.
아무리 둘이 짠하더라도, 동네 어른들이 형제를 보살피고, 사랑해 준다면 형제가 삐뚤어질 일도 없었을 것이다.
연출을 맡은 장병기 감독은 보도자료를 통해 “사랑을 배우지 못했다는 것이란 어떤 모습일지 그려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지난 2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장 감독은 “영문 형제가 다시는 축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회에서 탈락한 걸 의미한다”며 “영문 형제에겐 마지막 여름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화 <여름이 지나가면>은 다음 달 9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