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이면에 던지는 원초적 질문
영화 <사스콰치 선셋>은 전설 속 사스콰치, 일명 ‘빅풋’으로 불리는 거대한 털복숭이 유인원 괴생명체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특히 북아메리카 숲에 서식한다는 이 미지의 존재는 히말라야의 설인과도 닮아있으며, 오랜 세월 목격담이 이어지며 존재 여부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 속에 전설이자 괴담처럼 전해져 왔다.
<유전>, <미드소마> 등을 감독한 아리 에스터 감독이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한 이 영화는 문명과 단절된 숲속에서 살아가는 사스콰치 가족의 1년간의 여정이자 눈물겨운 생존기를 그린다.
영화 속 사스콰치 가족은 아빠, 엄마, 그리고 두 아이로 구성된 4인 가족이다.
흥미로운 점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단 한마디의 대사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오직 소리와 몸짓, 그리고 눈빛으로 의사소통한다.
하지만 관객은 그들의 원초적인 몸짓과 소리만으로도 무슨 대화를 나누고 있는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봄부터 시작된 이들의 여정은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나며 사계절의 변화를 고스란히 담아낸다.
그들의 일상은 지극히 평범하고 본능적이다. 먹고, 마시고, 배설하고, 잠자는 행위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겉모습은 인간과 다르지만, 모든 부분이 인간의 모습과 닮아있어 묘한 동질감을 느끼게 한다.
거대한 덩치에서 오는 위압감이나 고릴라, 오랑우탄을 연상시키는 원초적인 행동들은 이질적일 수 있지만, 삶을 영위하고 감정을 느끼는 방식은 인간과 다르지 않다.
가족끼리 서로를 바라보는 따뜻한 눈빛이 존재하는가 하면, 생존을 위한 위험한 사투와 몸부림은 관객에게 깊은 애잔함을 안겨준다.
<사스콰치 선셋>은 단순히 이색적인 생명체의 이야기를 넘어, 여러 겹의 깊은 메시지를 전달한다.
영화는 자신들과 전혀 다른 존재라 할지라도 결국 생활하고 느끼는 것은 같다는 의미를 전달하며, 다른 생명체의 삶의 방식을 존중하고 그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함께 역설한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소외된 외로움이다. 숲에 사는 사스콰치는 영화 내내 이 네 가족이 전부다.
가끔 자신과 같은 존재를 찾고 있다는 인상을 주지만, 영화가 끝날 때까지 다른 사스콰치는 등장하지 않는다.
여기에 아빠 사스콰치가 비극적으로 죽음을 맞이하면서, 남겨진 세 식구는 다시 고독한 여정을 시작한다.
고립되고 소외된 존재들이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삶의 여정은 끈질기게 이어진다.
영화의 마지막은 관객에게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며, 궁극적으로 소속감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사스콰치 가족의 원초적인 행동들이 때로는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는 깊은 공감과 함께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영화 <사스콰치 선셋>은 내달 2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