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알리는 게 중요한 게 아냐
그래픽이라는 낯선 장르를 주류에 편입시킨 제프 맥페트리지의 그림은 펩시뿐 아니라, 애플워치 배경화면으로도 사용되지만 그의 작품인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제프는 자기 생각의 속도에 맞춰 연필로, 작은 그림을 그린다.
어릴 적 그는 파리에 있는 카페에 가지 못할 걸 알았기에, 파라에 있는 카페 풍경을 그리는 화가가 아닌 로고를 그리는 디자이너가 되기로 생각했다고 한다.
그의 엄마는 중국인이었지만, 미국사회에 동화되기를 원했기에, 그도 여러 사람과 어울리며 지냈다.
예술가라면 으레 술, 담배를 할 것이란 생각에 그는 동의하지 않는다.
게다가 다른 예술가의 자서전을 보면 꼭 이혼 이야기가 나오지만, 그는 아내와 가족을 소중히 여긴다.
그도 그럴 것이 제프와 반대로 F성향인 아내 덕에 그의 그림이 더 풍부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딸이 어릴 적 학교에서 연극 공연을 하면, 자발적으로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포스터를 만들기도 했다고 한다.
스스로 채찍질하면서 더 높은 레벨에 오르려고 애쓰는 그는, 현재 예술가와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다.
이런 사람이 드물기도 한 상황에서, 그는 영감을 얻기 위해 다양한 문화기업과 작업하는 과정에서 예술가랍시고 거들먹 거리지 않는다. 그래서 그를 찾는 기업이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돈만 주면 아무 일이나 맡는 사람도 아니다. 그에겐 거절보다 승낙하는 게 더 어려운 성격이라 그렇다.
일을 맡으면 그는 회의하느라고 시간을 소비하지 않는다. 어차피 회의를 한다고 해서, 그의 작업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에 그는 회의를 하지 않는다.
다큐멘터리 영화 <제프 맥페트리지: 드로잉 라이프>는 지하철 역, 공공기관, 스마트워치, 신발, 콜라 등 다양한 곳과 제품을 통해 우리와 만나고 있는 화가 겸 디자이너 제프 맥페트리지를 소개한다.
하루에도 수 차례 그의 작품을 만나기도 하지만(심지어 영화 <그녀> <존 말코비치 되기>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도 그의 작품이 등장한다.), 솔직히 우리는 누구 작품인지도 잘 모른다.
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고 “내가 원하는 걸 쫓기로 했다”며 자기만의 취향과 리듬으로 살아간다.
꼭 내 이름을 남기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기 삶을 즐기는 게 소중하다는 깨달음을 주는 다큐멘터리 영화 <제프 맥페트리지: 드로잉 라이프>는 13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