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미쳐가는 사회에 일침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 <피크닉>이 오는 17일 재개봉한다. 1996년에 개봉한 작품이지만,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깊은 질문을 던진다.
세상의 종말이 다가온다고 믿는 세 명의 정신병원 환자들이 병원 담벼락 위를 걷는 기묘한 여정을 그린 이 영화는, 겉으로 보기엔 단순한 기행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소름 끼치도록 현실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주인공 코코(차라 분), 츠무지(아사노 타다노부 분), 사토루(하시즈메 코이치 분)는 정신병원이라는 세상과 단절된 공간에 갇혀 있다.
하지만 그들은 ‘세상의 종말’이라는 자신들만의 신념을 가지고 담벼락을 걷는다.
영화 속에서 그들이 걷는 담벼락은 단순히 물리적인 경계를 넘어, 세상의 혼란과 무관한 그들만의 순수한 세계를 상징한다.
영화는 종말을 기다리는 ‘미치광이’들을 비웃는 듯한 세상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담벼락 아래,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무관심과 냉소는 오히려 정신병원에 갇힌 이들의 순수함과 대비되며, 과연 어느 쪽이 더 ‘정상’인가에 대한 의문을 품게 만든다.
순수한 믿음을 가진 이들에게 손가락질하는 세상, 이들이야말로 탐욕과 이기심으로 가득 찬 진짜 ‘악마’들은 아닐까?
이와이 슌지 감독은 이 기묘한 여정을 통해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야말로, 진정으로 미쳐있는 것은 아닌지.
서로에게 무관심하고, 오직 자신의 이익만을 좇는 세상 사람들의 모습은 어쩌면 담벼락 위의 순수한 영혼보다 더 병들고 불안해 보인다.
<피크닉>은 단절된 공간 속에서 자신의 믿음을 지키는 천사들의 이야기이자, 그들과 대비되는 세상이라는 거대한 정신병원의 이야기이다.
병원에서 탈출한 세 주인공은 어쩌면 우리가 잃어버린 순수와 희망을 찾아 나선 마지막 천사였는지도 모른다.
영화는 우리에게 아름다운 영상미와 함께, 우리가 사는 세상이 진정 어떤 곳인지 되돌아보게 한다.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