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적인 AI 판사, 과연 공정할까?

AI 사형집행법정 ‘머시’의 도입으로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이 이뤄져 만족도가 높아진 건 물론 혈세까지 절약하게 된 2029년.
LA 경찰 레이븐(크리스 프랫 분)이 기억도 안 나는 아내 살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다. 무죄를 주장하지만, 여러 정황과 증거가 있어 유죄일 확률이 97.5%에 달한다.
무죄 입증을 하지 못한 채 90분이 지나면 사형이 집행될 예정이다. 이 시스템을 도입한 장본인이자, 8명이나 사형 선고받게 한 레이븐이 자기가 사형집행 대상자가 되니, 당황한다.
술 자체를 안 마시는데, 술에 취해 아내를 죽였다며 AI 판사 매독스(레베카 퍼거슨 분)가 증거 영상을 들이댄다.
증거 영상을 보고 기억을 더듬어 보니 진짜로 자기가 그랬을 수도 있겠다 싶고, 이에 유죄 확률도 98%로 높아진다.
레이븐은 경찰이라는 직업을 살려 아내 주변인물 중 용의자가 있다고 생각해 추려 나가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AI를 십분 활용한다.
레이븐이 형사의 직감으로 용의자를 좁혀 가지만, 매독스는 이건 이성적인 판단이 아니라며 유죄 확률을 그대로 유지한다.
20여 분을 앞두고 용의자를 추정해 동료 경찰을 급파하지만, 이미 도주한 후다.
게다가 도주 과정에서 폭탄을 만들어 트럭에 싣고, 머시 법정으로 오는 중이라는 걸 알아낸다. 그뿐 아니라 용의자가 레이븐의 딸을 인질로 잡았다.
결국 레이븐은 무죄로 판명 나지만, 그 즉시 더 이상 AI를 이용한 자료조사 권한도 잃는다.
이에 레이븐은 AI를 계속 활용하기 위해 사형집행 의자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매독스가 평결 시각까지 얼마 안 남았다며 당장 의자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처형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딸을 살리기 위한 레이븐의 고군분투를 보고 매독스가 오류를 범하면서까지 그를 돕는다.
영화 <노 머시: 90분>은 AI 발달로 사라질 직업 중 판사가 꼽히는 가운데, AI 판사의 유죄 판결을 뒤집기 위한 노력을 그린 작품이라 더 눈길이 가는 작품이다.
사형집행 의자에 결박된 채 말로 각종 자료를 찾아보면서 스스로를 변호해야 하는 레이븐의 모습을 화면에 잘 담기 위해 ‘스크린라이프’ 영화의 한 획을 그은 <서치>의 티무르 베크맘베토브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제한된 공간에서 말로 자료를 찾으며 자기의 유죄를 입증하는 게 다소 지루할 수 있어 중간에 레이븐을 대신해 동료 경찰들이 액션을 소화하며 ‘보는 맛’을 선사한다.
특히 CCTV 영상과 경찰 보디캠은 물론 여러 영상과 이미지를 아카이브로 구축해 화려한 화면을 만들어냈다.
단순히 재미만 추구하는 게 아니라, AI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달하는 현실 속에서 과연 감정과 직감이 배제된 채 증거와 법조문만으로 판결을 내리는 것이 더 공정한 재판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준다.
영화 <노 머시: 90분>은 내달 4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