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의 아련함과 잊기 힘든 기억으로
푸른 여름, 뜨겁게 타오르는 태양 아래 첫사랑의 기억을 품고 있는 영화 <썸머 블루 아워>가 관객들을 찾아온다.
대만 청춘 영화 특유의 풋풋한 감성과 서정적인 분위기에, 새로운 감각의 연출과 깊어진 서사를 더해 첫사랑의 아련함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작품이다.
영화는 육상부 계주 옌리야오(시백우 분)를 짝사랑하는 선도부 쑤밍이(정여희 분), 그리고 이들 사이에 놓인 청옌(임자굉 분)까지, 세 청춘의 엇갈리는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쑤밍이의 용기 있는 고백에 옌리야오는 “이유는 묻지 말고,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사귀자”라는 다소 황당한 답변을 건넨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를 사랑하기를 선택하고, 졸업까지의 한정 연예를 시작한다.
이들의 관계는 눈빛, 표정, 스쳐 지나가는 손끝 같은 미묘한 몸짓으로 표현되며, 관객들에게 더욱 깊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영화는 이들이 겪는 혼란과 성장을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며 보여주는데, 이는 10년이라는 시간의 간극을 통해 사랑과 상처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드라마 <상견니>로 아시아 전역에서 큰 사랑을 받은 시백우는 이번 영화에서 자유분방하지만, 내면에 깊은 고민을 안고 있는 옌리야오 역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그의 섬세한 감정 연기는 첫사랑의 풋풋함과 함께 성장의 아픔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상대역인 쑤밍이 역의 정여희 또한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캐릭터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사랑 앞에 용감하지만, 동시에 불안해하는 복잡한 감정선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관객들의 공감을 끌어낸다.
두 배우의 눈부신 케미스트리는 영화의 몰입도를 한층 끌어올리며,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청춘의 에너지를 발산한다.
영화 <나의 소녀시대>,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와 같은 대만 청춘 영화들이 보여줬던 풋풋하고 발랄한 감성 위에, <썸머 블루 아워>는 한층 성숙하고 깊어진 서사를 더했다.
신예 구호주 감독은 감각적인 영상미와 섬세한 연출로 흔한 첫사랑 이야기에 신선함을 불어넣었다.
따뜻하면서도 아련한 색감, 인물의 감정을 대변하는 듯한 배경음악은 영화의 분위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어쩌면 뻔한 내용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부분들을 섬세한 감정으로 풀어내 더욱 아련한 감성을 불어넣으며, <썸머 블루 아워>는 단순히 예쁜 첫사랑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있었던 ‘그 시절’의 아련함과 함께, 상처를 마주하고 성장하는 청춘들의 모습을 담아내며 공감과 추억을 선사한다.
오랜만에 만나는 잘 만든 대만 청춘 영화를 찾는다면, <썸머 블루 아워>가 탁월한 선택이 될 것이다.
영화 <썸머 블루 아워>는 오는 17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