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잃은 엄마의 심리변화 그려
친구들과 여행길에 오른 라우라가 계속 멍하니 있더니, 급기야 도중에 집에 가고 싶다고 한다.
화난 야콥이 라우라를 집에 데려다주다가 차가 전복되는 사고를 당한다. 운전자인 야콥은 즉사했고, 옆에 탄 라우라는 다행히 큰 부상 없이 근처에 있던 베티에 의해 구조된다.
출동한 구조대원에게 라우라는 병원에 가지 않고, 베티 집에 있고 싶다고 한다.
자살한 딸이 생각나서 베티는 라우라한테 잘해준다. 죽은 딸 옐레나의 옷도 주고, 옐레나의 피아노로 졸업연주 연습도 하라고 한다.
하지만 베티가 왜 이렇게 호의적인지 모르던 라우라가 나중에 죽은 옐레나의 오빠한테 그 이유를 듣고 충격받아 곧바로 베티의 집을 떠난다.
라우라를 죽은 딸의 대체제처럼 생각하던 베티는 행여 이 일로 라우라가 상처받지 않았을까 걱정 돼 아들을 시켜 라우라의 일상을 몰래 촬영해서 지켜본다.
영화 <미러 넘버 3>는 재난과 상실에 관한 심리변화를 그린 작품이다.
주인공 라우라 역은 그동안 페촐트 감독과 <트랜짓> <운디네> <어파이어>를 함께한 파울라 베어가 맡았다.
물의 정령을 소재로 한 <운디네>와 산불을 소재로 한 <어파이어>에 이어 바람을 통해 상실을 이야기하는 <미러 넘버 3>까지 이른바 페졸트 감독의 ‘원소 3부작’(물, 불, 바람) 모두 출연한 배우가 됐다.
모리스 라벨의 <거울> 중 3번째 곡 <바다 위의 조각배>이 영화 속 곳곳에 흐르며 인물의 내면을 드러내는데, 이를 아예 제목으로 사용했다.
흔히 독일인을 무뚝뚝하다고 하는데, 이 영화 역시 독일영화답게 친절하고, 재미있는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딸을 먼저 보낸 엄마가 딸 또래의 여성과 우연히 만나면서 겪게 되는 심리변화에 초점을 두고 보면 깊은 여운이 남는 작품이다. 내달 1일 개봉.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