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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기사(우측)한국영화

우리는 왜 만나면 싸울까?

영화 직사각형 삼각형 스틸컷

명절이나 제사, 혹은 평범한 가족 모임에서 화기애애하게 시작한 대화가 결국 고성과 눈물로 얼룩진 경험이 있는가?

배우 이희준의 연출작 <직사각형, 삼각형>은 바로 그 지극히 보편적이면서도 처절한 ‘가족’이라는 전쟁터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영화의 배경은 어느 좁은 빌라의 거실이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세 남매 부부까지 총 9명이 모인 공간은 순식간에 뜨거운 토론장으로 변모한다.

흥미로운 지점은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인물들이 맺는 ‘유동적인 연대’다.

처음에는 경제적 문제와 서열을 두고 형제간의 자존심 대결이 펼쳐지더니, 가사 노동과 육아 문제가 화두에 오르자 어느새 여성(아내들) 대 남성(남편들)의 성 대결로 전선이 재편된다.

하지만 처가 식구들 사이에서 눈치를 보던 사위들이 술잔을 기울이며 서로의 처지를 한탄하는 순간, 영화는 계급과 젠더를 넘나드는 복잡한 관계망을 날카롭게 파고든다.

이희준 감독은 카메라를 거실 한복판에 배치해 관객이 이 소란의 중심에 앉아 있는 듯한 밀도 높은 긴장감을 선사한다.

영화 제목인 <직사각형, 삼각형>은 법륜스님의 가르침에서 착안했다.

직사각형은 그 자체로 온전하고, 삼각형 역시 마찬가지다.

문제는 직사각형이 삼각형에게 “왜 너는 나처럼 반듯한 네 모서리가 없느냐”고 다그칠 때 발생한다.

영화 속 가족들은 서로를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끊임없이 상대방을 자신의 틀에 끼워 맞추려 한다.

진선규, 오의식 등 베테랑 배우들이 쏟아내는 날 선 대사들은 ‘가족이니까 이 정도는 이해 해야지’라는 폭력적인 전제를 여과 없이 깨부순다.

극의 하이라이트는 갈등이 정점에 달한 순간 찾아온다. 층간소음이나 주차 문제 등 사소한 외부 사건으로 옆집 사람과 시비가 붙는 순간, 조금 전까지 서로를 잡아먹을 듯 싸우던 9명의 가족은 순식간에 전열을 가다듬는다.

방금 전까지 서로를 헐뜯던 이들이 한목소리로 외부인을 몰아세우는 장면은 실소를 자아내면서도 묘한 울림을 준다.

결국 가족이란 내부에서는 치열하게 반목할지언정, 외부의 공격에는 본능적으로 결속하는 기묘하고도 질긴 ‘운명 공동체’임을 영화는 역설한다.

이희준 감독은 46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안에 한국 사회 가족의 민낯을 압축해 담아냈다.

화려한 기교 대신 배우들의 표정과 대화의 리듬에 집중한 연출은 그가 왜 훌륭한 배우이자 영민한 창작자인지를 여실히 증명한다. 21일 개봉.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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