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줄 알았는데…

오션뷰의 한 호텔 819호에 묵고 있는 남자에게 친구가 “이 방이었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대답한 사노(사노 히로키 분)가 머릿속이 복잡한지 목욕하러 가자는 친구의 말을 무시한 채 혼자 터벅터벅 바다로 나간다.
빨간 캡모자를 쓴 꼬마한테 본인 모자냐고 물었다가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는다.
그때 잡지사에서 아내인 나기(야마모토 나이루 분) 때문에 연락이 오자 갑자기 전화기를 바다에 던진다.
그는 호텔 프런트에 가 5년 전 여기 묵었을 때 빨간색 캡모자를 잃어버렸는데 혹시 봤냐고 묻는다. 당연히 있을 리가 없는데 오히려 사노가 더 당황한다.
친구랑 산책하던 사노가 한 문 닫은 식당 안에 있는 무언가를 보고 꽂혀서 창문을 깨고 들어간다. 빨간색 캡모자인 줄 알았더니 돌돌 말린 앞치마다.
둘이 다시 길을 걷다가 미야타(마야타 요시노리 분)랑 같은 ‘슈퍼 해피 포에버’라는 모임의 반지를 낀 여자들을 만나 같이 맥주 한잔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숙소로 돌아가는 택시에서 사노가 꼬장을 부려 길바닥에 내리고, 담배를 피우던 사노가 친구인 미야타한테까지 주사를 부리다가 얻어 터진다.
숙소에 돌아온 사노는 등을 돌리고 자는 미야타한테 일어나지 않던 나기 생각이 난다며 등 돌리지 말라고 한다.
사실 과거에 사노 나기는 친구 에리랑 같이 호텔에 오기로 했다가 에리한테 사정이 생겨서 혼자 왔었다.
혼자 배를 탄 나기는 우연히 사노를 만난다. 둘 다 ‘사노’라는 공통점으로 가까워진다.
사노랑 같이 놀러 온 친구 미야타까지 셋이 같이 식사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다.
나기가 혼자 호텔 밖을 돌아다니다가 빨간색 캡모자를 잃어버린다. 프런트에서는 분실물 중애 그런 건 없다고 한다.
체크아웃 시간이 지난 까닭에 나기가 급히 짐을 챙겨 호텔을 나선다. 길을 걸으며 계속 두리번 거리는데, 사노가 다가온다.
둘은 같이 빨간 캡모자를 찾기로 한다.
영화 <슈퍼 해피 포에버>는 5년 전 잃어버린 빨간색 캡모자를 찾는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사실 남자는 5년 전에 친구랑 이 호텔에 왔다가 한 여자를 만나 가까워졌다.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에 만난 두 사람은 5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결혼도 하고, 상처(喪妻)라는 상처(傷處)도 생겼다.
죽은 아내가 그토록 찾았던 빨간색 캡모자를 찾으러 다시 같은 호텔, 같은 방을 찾은 남자는 모자 찾기에 여념이 없지만, 5년의 세월이 흐른 탓에 쉽지 않다.
친구가 등을 돌리고 자는 것만 봐도 아내의 마지막 모습이 떠오르는 남자는 어쩌면 아내의 유품이기에 그토록 모자를 찾고 싶어했는지 모른다.
결과적으로 그 모자는 여전히 잘 보관되어 있었고, 가까운 곳에 있었지만, 끝내 남자는 아내의 모자를 찾지 못한 채 영화는 끝난다.
코로나19로 우리는 많은 걸 잃었고, 삶도 많이 바뀌었다.
5년 전에 있었던 모자가 5년 사이에 사라졌고, 그렇게 아내를 추억할 수 있는 유품도 사라졌다.
영화의 제목인 ‘슈퍼 해피 포에버’는 누구나 행복하길 원하고, 영원히 행복하길 원하는 감독의 염원이 담겨있다고 한다.
상실의 아픔을 겪은 이들이 보면 좋을 영화 <슈퍼 해피 포에버>는 24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