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시선, 소수자의 비극

김상훈 감독의 <영생인>이 오는 24일 개봉한다. 이 영화는 불멸이라는 판타지 아래, 한국 사회 깊숙한 곳에 자리한 배제와 차별의 역사를 파헤친다.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을 빌린 이 영화는 단순한 미스터리 스릴러를 넘어, 관객에게 묵직한 윤리적 질문을 던진다.
영화는 1945년생이지만 20대의 외모를 지닌 모델 이예진(강서하 분)을 추적하는 다큐멘터리 촬영팀의 시선으로 시작된다.
예진은 피폭으로 인해 특수한 형질을 띠게 된다. 예진과 같이 피폭된 친척들에게 천천히 늙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그들을 ‘영생인’이라고 부른다.
이 영생이라는 현상은 곧 사회가 용납할 수 없는 ‘다름’이자 ‘낙인’으로 작용해 그들 영생인은 감금당하는 생활을 하게 된다.
김상훈 감독은 이예진의 존재를 통해 과거 한센인 인권유린 역사의 비극을 은유적으로 소환한다.
그녀를 둘러싼 ‘수용소의 잔해’와 ‘봉인된 기록’ 등의 단서들은, 사회가 특정 집단을 격리하고 억압했던 폭력적인 역사를 그대로 반영한다.
관객은 예진의 비현실적인 삶을 관찰하며, 현실 속 소수자들이 겪어야 했던 배제의 고통을 간접적으로 체감하게 된다.
영화 <영생인>의 백미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기법의 활용에 있다.
핸드헬드 카메라와 인터뷰 형식은 극도의 현실감을 부여하며 몰입도를 높이지만, 동시에 이 ‘‘페이크’가 가진 위험성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진실을 밝힌다는 명분 아래, 이예진의 가장 사적인 고통까지 집요하게 파헤치는 촬영팀의 모습은 곧 언론의 무책임함과 대중의 관음증적 시선을 대변한다.
그러나 이예진의 숨겨진 실체가 드러나면서, 언론인의 중요성이 재차 강조되기도 한다.
이렇듯 이예진의 존재적 양면성과 언론의 보도 태도 양면성이 모두 드러나며 진실과 거짓의 경계는 한순간에 바뀌기도 한다.
또한, 결국 보여지는 것에 의해 진실이 좌우될 수 있음을 영화는 경고한다.
다만, 과거 한센인 인권유린의 실제 역사적 비극을 ‘영생인’이라는 판타지적 설정에 투영하는 이 영화의 방식에는 신중함이 요구된다.
페이크 다큐 기법이 주는 현실감으로 인해, 허구의 인물 이예진의 고통이 실제 한센인들이 겪었던 구체적이고 복합적인 피해를 단순화하거나 왜곡하는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의도와 달리, 상징적 인물에게 실제 역사를 덧씌워 역사적 맥락을 흐리고 본질을 가볍게 만들 위험성은 이 영화가 안고 가는 윤리적 딜레마이다.
관객은 영화적 은유와 실제 역사를 명확히 분리하며 비판적으로 수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영생인이 사회에 포용되지 못한 채 영원히 숨어야 하는 존재로 남겨지는 결말이 실제 한센인의 비극과 동일시된다면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