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속 더 빛난 우정

떡잎마을의 평화를 지켜온 다섯 살 아이들이 이번엔 머나먼 인도 대륙에서 일생일대의 위기를 맞았다.
오는 24일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초화려! 작열하는 떡잎마을 댄서즈>는 화려한 볼거리 속에 ‘우정’이라는 묵직한 메시지를 담아내며 연말 극장가에 훈훈한 기운을 전할 예정이다.
이야기는 떡잎마을 어린이 엔터테인먼트 페스티벌에서 우승을 차지한 ‘떡잎마을 방범대’가 부상으로 인도 세계 페스티벌 무대에 초대받으며 시작된다.
꿈같은 여행을 즐기던 중, 맹구는 우연히 들른 잡화점에서 기묘한 코 모양 배낭을 발견한다.
배낭에 꽂혀 있던 정체불명의 휴지를 코에 끼우는 순간, 평온했던 맹구의 눈빛은 돌변한다.
인간 내면의 욕망을 깨워 폭군으로 만드는 ‘금단의 종이’에 잠식된 것이다.
이번 영화의 가장 파격적인 설정은 단연 온화한 성격의 소유자인 맹구의 ‘흑화’다.
“나에 대해 다 아는 척하지 마.” 차가운 일갈과 함께 폭군으로 변신한 맹구는 시리즈 역사상 가장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뿜어낸다.
늘 묵묵히 친구들의 뒤를 지키던 그가 욕망을 터뜨리며 등을 돌리는 장면은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서늘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영화의 진정한 백미는 폭주하는 친구를 바라보는 나머지 네 친구(짱구, 철수, 유리, 훈이)의 태도에 있다.
맹구가 휘두르는 압도적인 힘과 독설 앞에서도 짱구는 특유의 낙천적인 웃음을 잃지 않으며 먼저 손을 내민다.
특히 후반부 인도 델리 광장에서 펼쳐지는 대규모 댄스 배틀은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선다.
맹구를 되찾기 위해 네 명의 아이들이 하나의 리듬으로 움직이는 퍼포먼스는 ‘너를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필사적인 우정의 선언이다.
철수의 명석함, 유리의 추진력, 훈이의 따뜻함, 그리고 짱구의 예측 불허의 에너지가 결합할 때, 그 어떤 강력한 고대 유물보다 강한 힘이 발휘된다는 것을 영화는 증명한다.
하시모토 마사카즈 감독은 ‘초화려’라는 부제에 걸맞게 발리우드 영화를 연상케 하는 역동적인 연출을 선보였다.
하지만 화려한 화면보다 빛나는 것은 아이들의 순수한 유대감이다.
영화는 맹구의 흑화라는 소재를 통해 역설적으로 진정한 우정의 가치를 묻는다.
올 크리스마스 시즌, 이 영화는 아이들에게는 즐거운 볼거리를, 성인 관객에게는 잊고 지낸 친구와의 우정을 되새기는 계기가 될 것이다.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