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들을 어리석다 말하는가

오는 7일 개봉하는 영화 <어리석은 자는 누구인가>는 현대 사회의 어두운 심연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거장 이와이 슌지의 문하생으로 시작해 자신만의 섬세한 영상 언어를 구축해온 나가타 고토 감독의 신작이다.
이 영화는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주연 배우 3인이 공동 배우상을 거머쥐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영화의 무대는 화려한 네온사인이 일렁이는 신주쿠 가부키초다. 하지만 카메라가 비추는 곳은 화려한 거리가 아닌, 버려진 인간들이 모여드는 뒷골목이다.
주인공 타쿠야(키타무라 타쿠미 분)와 마모루(하야시 유타 분)는 생존을 위해 타인의 호적을 사고파는 브로커로 살아간다.
이들에게 ‘이름’은 인격이 아니라 상품이다. 빚에 쫓겨 증발하고 싶은 자의 이름을 사고, 사회에서 지워진 자들에게 그 이름을 판다.
감독은 호적 매매라는 소재를 통해 신분이 곧 존재인 현대 사회에서 이름을 잃는다는 것이 곧 ‘사회적 죽음’임을 통찰력 있게 보여준다.
영화는 주인공들이 범죄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구조적 이유를 파고든다.
타쿠야와 마모루는 개인의 일탈로 범죄자가 된 것이 아니다. 보호시설 퇴소 후 정착할 곳 없는 청년, 학대의 굴레에서 벗어날 길 없는 이들처럼 사회 안전망 밖으로 밀려난 이들에게 도시는 오직 ‘범죄’라는 선택지만을 제시한다.
나가타 고토 감독은 합법적인 울타리 안에서는 생존조차 허락되지 않는 뒤틀린 사회 구조를 비판한다.
“열심히 살려고 할수록 빚만 늘어가는” 현실 속에서, 이들이 타인의 이름을 훔치는 행위는 악의라기보다 차라리 비명에 가깝다.
영화는 이들을 비난하기에 앞서, 막다른 길로 청춘들을 몰아넣고 존재 자체를 지워버리는 시스템의 비정함을 고발한다.
이 영화를 단순한 범죄물과 차별화하는 지점은 인물들이 느끼는 ‘죄책감’이다.
타쿠야는 타인의 인생을 팔면서도 묘한 죄책감을 느끼고, 이들을 어둠의 세계로 이끈 카지타니(아야노 고 분)는 그들을 망가뜨렸다는 부채감에 시달린다.
영화는 범죄의 이득보다 그 대가로 갉아먹히는 양심의 고통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조직의 돈을 가로채며 시작된 도주극 속에서, 이들은 결국 ‘어리석은’ 선택을 한다. 자신의 생존 대신 서로를 구하기 위한 희생을 택하는 것이다.
효율이 우선인 범죄 세계에서 이들의 희생은 미련해 보이지만, 영화는 역설적으로 그 어리석음이야말로 인간이 짐승과 구분되는 유일한 증거임을 보여준다.
차가운 푸른빛의 도시를 벗어나 따스한 빛이 스미는 결말에 다다르면, 관객은 비로소 제목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다만,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임에도 범죄 누아르 장르 특성상 밑바닥 인생을 묘사하는 과정에서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시각적 묘사가 포함되어 있다.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