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위로를 건넨 류이치 사카모토

다큐멘터리 영화 <류이치 사카모토: 다이어리>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류이치 사카모토가 남긴 일기와 인터뷰 영상 등을 유족으로부터 제공받아 만든 작품이다.
내용상으로 보면 이 영화를 보고 나서, 2018년 개봉한 <류이치 사카모토: 코다>와 2023년 개봉한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를 보면 흐름이 맞는다.
그리고 이 영화 개봉 후에 연이어 개봉을 앞둔 <류이치 사카모토: 도쿄 멜로디>를 이 작품보다 더 먼저 보길 권한다.
다시 <류이치 사카모토: 다이어리> 이야기로 돌아오면,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는 상영시간 내내 류이치 사카모토의 단독 공연을 보는 느낌이 강했다면, 이 작품은 그의 연주보다 일상에 초점을 둔 작품이다.
그래서 그의 음악을 들을 수 있겠지, 한껏 기대하고 보면 실망스러울 수 있다.
영화는 2019년 봄, 뉴욕 자택 마당에 설치하는 그의 모습으로 시작해 2020년 10월 25일 마당 피아노 주위에 마이크를 설치하고 그릇을 바닥에 내던지는 모습과 그해 12월 암 진단을 받고 6개월밖에 못 산다는 말을 듣게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상심이 큼에도 불구하고, 예정되어 있던 온라인 연주에 참여하는 모습과 2021년 1월 24일, 시계를 봐도 시간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건강이 악화되었다고 기록해뒀다.
그런 상황에서도 그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10년 동안 자기가 이끌어 온 도호쿠 유스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이끈다.
<마지막 황제> <괴물> 등 수많은 영화의 음악을 만든 그는 영화음악만 만드는 것에 머물지 않고, 그동안 원자력 발전소 건설 반대나 동일본 대지진으로 마음을 다친 이들을 음악으로 위로하는 등 사회활동도 왕성히 해 왔다.
그의 외숙부는 어릴 때 엄마가 시켜서 피아노를 배운 사카모토가 처음엔 힘들어했지만, 점점 흥미를 갖더니 14~15살엔 본인이 환생한 드뷔시라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건반을 치면 전기가 오듯 찌릿할 수 있다는 의사의 경고를 듣고도 그는 2022년 2월, 항암치료를 시작한다.
그리고 얼마 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자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그는 우크라이나 바이올리니스트 일리야가 폭격으로 폐허가 된 곳에서 연주하는 걸 보고 도호쿠 유스 오케스트라와 함께 공연을 연다.
2023년 3월 26일, 그는 마지막 일기에 체온과 산소포화도 등 자기 건강 상태만 기록해 뒀다.
같은 날, 도호쿠 유스 오케스트라의 정기공연을 스마트폰으로 지켜보던 그는 배우 요시나가 사유리가 낭독한 동일본 대지진 피해 아동이 쓴 편지 내용을 듣고 감격한다.
그리고 이틀 후 그는 만 7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하직(下直) 1시간 전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도 마치 피아노를 연주하듯 손가락을 움직였다. 내달 1일 개봉.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