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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영화톱기사(우측)

불안이라는 이름의 고양이를 놓아줄 때

영화 고양이를 놓아줘 스틸컷

시간을 다루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찰나의 흐름을 소리로 담아내는 음악과, 지나가는 순간을 영원에 고정하는 사진.

시가야 다이스케 감독의 장편 데뷔작 <고양이를 놓아줘>는 이처럼 서로 다른 속도를 지닌 두 매체를 축으로, 현실의 벽 앞에서 자신을 가둬버린 한 남자와 그런 남자의 곁을 묵묵히 지키는 여자의 감정을 세밀하게 그린 작품이다.

영화의 주인공 모리(후지이 소마 분)는 창작의 벽에 부딪힌 음악가다. 깊은 번아웃과 불면증에 시달리는 그의 시간은 완전히 멈춰 서 있다.

반면 그의 아내 마이코(타니구치 란 분)는 사진작가로서 성공적인 개인전을 열며 유망한 예술가로 입지를 다져가는 중이다.

한 공간에 머물면서도, 용서할 수 없는 사건과 이로 인한 아내를 향한 복잡한 마음 때문에 두 사람 사이의 거리를 상당히 멀다.

이 팽팽한 고립의 순간, 옛 연인 아사코(무라카미 유키노 분)가 나타난다.

과거 예술적 방황을 공유했던 아사코와의 우연한 재회는 모리의 잊고 있던 기억을 흔들어 놓는다.

그러나 모리가 시달리던 불면의 실체는 단순히 옛사랑에 대한 미련이 아니었다.

그것은 창작자로서의 정체성 위기, 즉 현재의 무능함을 직면하기 두려워 ‘과거의 상처’ 뒤로 도피하려 했던 방어기제가 섞인 복잡한 마음이다.

아사코도 방황의 시간을 지나 자신의 길을 가고 있었다. 하지만, 모리를 만나고 잊고 있던 꿈이 깨어나게 된다.

제목에 등장하는 ‘고양이’는 단순히 지나간 옛 인연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잡으려 할수록 달아나고 끌어안을수록 자신을 옥죄는 창작의 중압감과 상대적 박탈감, 그리고 현실을 피해 도피하기 위해 스스로 만들어낸 불안의 은유다.

감독은 영화 전체에 걸쳐 고양이라는 존재를 손에 잡히지 않는 스쳐 지나가는 잔상처럼 연출한다.

관객은 인물들의 시선 끝에서 고양이의 부재를 느끼며, 우리 역시 현재를 직면하지 못해 만들어낸 저마다의 고양이를 끌어안고 살아가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아내 마이코의 사진은 다르다. 미야코가 기억하는 모리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전시장에 걸린 사진 속에는 모리 자신조차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 그가 잠든 사이 비치던 빛과 그림자 같은 따뜻한 애정이 선명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아사코는 렌즈 너머에 존재하는 현재의 사랑과 삶을 사진으로 남긴 것이다.

이들은 전시회를 계기로 핑계 뒤에 숨어 있던 자기 자신을 놓아주고 대화의 길을 선택한다.

영화 <고양이를 놓아줘>는 자극적인 사건으로 감정을 쥐어짜지 않는다.

대신 시각과 청각, 공간의 정적을 활용한 공감각적 연출로 인물의 미세한 내면 변화를 다정하게 짚어낸다.

스스로 만들어낸 불안의 그늘을 거두어낼 때 비로소 현재의 일상이 얼마나 중요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 된다는 메시지는, 수많은 번아웃 속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담담하지만 묵직한 울림을 선사한다.

자신의 문제를 놓아주는 법을 잊은 채 밤잠을 설치는 이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한다.

영화 <고양이를 놓아줘>는 영화는 오는 26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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