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를 유쾌하게 뒤엎은 새로운 인어공주 이야기

고전 동화 ‘인어공주’의 비극적 낭만과 수동성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일본 애니메이션 명가 스튜디오 4℃가 선보인 오리지널 장편 애니메이션 <차오>는 인어공주 이야기의 전형적인 클리셰를 기분 좋게 뒤엎는 작품이다.
작년 프랑스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에서 장편 심사위원상을 수상하며 일찍이 국제 무대에서 비주얼과 서사의 독창성을 인정받았다.
영화는 수변 도시 상하이의 한 선박 회사에서 근무하는 친환경 스크류 개발자 ‘스테판’ 앞에 인어 왕국의 공주 ‘차오’가 대책 없이 나타나 구혼을 하며 시작된다.
언론과 정치권의 자극적인 관심 속에서 예기치 않게 한 집에 살게 된 두 사람. 이들의 기묘한 동거는 매 순간 예측 불허의 소동으로 이어진다.
애니메이션 <차오>의 가장 압도적인 비주얼적 반전은 주인공 차오의 외형에 있다.
기존 애니메이션이 인어의 본모습을 아기자기한 마스코트나 가련한 인간형으로 고정했던 것과 달리, 차오는 진정한 사랑을 만나기 전까지 날것 그대로의 물고기 모습을 유지한다.
전형적인 미형 캐릭터의 한계를 거부하고, 물고기 형상으로 활보하는 차오의 비주얼은 극에 파격적인 해학을 부여한다.
시각적으로는 낯선 물고기 형태임에도 불구하고, 제작진은 미세한 지느러미의 떨림과 눈빛, 몸짓의 역동성을 손그림(2D) 특유의 아날로그 질감으로 세심하게 담아냈다.
덕분에 관객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상상 속 인어를 넘어, 캐릭터가 가진 본연의 순수함과 사랑스러움에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된다.
연출을 맡은 아오키 야스히로 감독과 제작진은 약 7년의 제작 기간 동안 10만 여 장에 달하는 수작업 셀 작화를 투입했다.
디지털 3D CG가 선박 추격전이나 수중 스케일에 세련된 공간감을 제공한다면,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2D 애니메이션은 살아 움직이는 듯한 유기적 생동감을 선사한다.
특히 네온사인과 마천루, 강물이 어우러진 상하이는 극채색의 팝아트 스타일로 재해석되었다.
극 중 도심 분수대에서 펼쳐지는 차오의 뮤지컬 댄스 시퀀스는 화려한 무지갯빛 색조와 망원 렌즈 느낌의 레이어 구도가 결합하여 영화 전체를 통틀어 가장 강렬한 시각적 잔상을 남긴다.
영화는 단순한 판타지 로맨스에 그치지 않고 현대 사회의 이면을 유쾌하게 풍자한다.
인간과 인어의 만남을 상업적 상품이자 정치적 쇼로 소비하려는 미디어와 권력자들의 이권 다툼 속에서, 스테판과 차오는 세상이 붙인 타이틀을 벗어던지고 서로의 존재 자체에 집중한다.
결국 <차오>가 도달하는 지점은 ‘다양성의 인정과 타인에 대한 온전한 수용’이다.
언어도, 체형도, 생물학적 조건도 완전히 다른 두 존재가 서로의 불완전함과 차이를 보듬는 과정은 상생이라는 따뜻한 화두를 던진다.
수동적인 공주의 시대가 끝나고, 물고기의 모습으로도 자신의 삶과 사랑을 향해 직진하는 공주 ‘차오’.
스튜디오 4℃가 완성한 이 당돌하고 화려한 팝아트 로맨스 <차오>는 오는 21일 개봉하여 관객들에게 신선한 시각적 해방감과 묵직한 울림을 선사할 예정이다.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