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영화톱기사(우측)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냐

영화 보이는 여고생 스틸컷

길거리를 지나다 징그럽고 기괴하게 생긴 귀신이 눈앞 1cm 거리까지 다가와 “너… 내가 보이니?”라고 묻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는 것이 일반적이겠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 미코(하라 나노카 분)의 선택은 전혀 다르다. 눈동자 하나 떨지 않고 식은땀을 흘리며 그저 못 본 척을 고수한다.

누적 판매량 300만 부를 돌파하며 큰 사랑을 받은 동명의 인기 만화가 드디어 실사 영화로 스크린에 착륙했다.

영화 <보이는 여고생>은 어느 날 갑자기 기괴한 귀신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 평범한 여고생 미코의 눈물겨운 ‘못 본 척’ 일상 적응기를 그린 호러 코미디다.

평범하기 그지없던 여고생 미코의 일상은 어느 날 갑자기 급변한다. 학교, 집, 길거리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온갖 영체(귀신)들이 눈앞에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살아남기 위한 미코의 선택은 오직 하나, 죽을힘을 다해 ‘못 본 척’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다.

귀신이 얼굴 코앞까지 다가와 기분 나쁜 숨소리를 내뿜어도 미코는 묵묵히 시선을 피하며 평화로운 일상을 지켜내려 애쓴다.

절친인 ‘하나’의 어깨 위에 흉물스러운 영체가 얹혀 있는 것을 목격했을 때도, 친구를 지키기 위해 귀신마저 속여가며 철저히 외면하거나 떼어내려 고군분투한다.

그러던 중 묘한 기운을 풍기는 임시 담임 선생님의 등장과 함께 하나에게 이상한 기운이 드리우면서, 미코의 ‘못 본 척하기’ 미션은 한층 더 위험천만한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영화는 “눈에 보이는 것만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다”라는 테마를 공포와 웃음이라는 극과 극의 감정으로 절묘하게 풀어낸다.

작품에 등장하는 영체들의 비주얼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기괴하게 비틀린 형체와 서늘한 사운드 연출은 정통 공포 영화 못지않은 긴장감을 선사한다.

주변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미코의 눈에만 선명하게 포착되는 이 위협적인 존재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속 ‘보이지 않는 위험과 부조리’를 상징한다.

하지만 카메라가 주인공 미코의 얼굴을 조명하는 순간 분위기는 반전된다.

보이는 것을 안 보이는 척,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공포 속에서도 영체와 눈을 맞추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미코의 ‘영혼 이탈급 포커페이스’는 관객에게 유쾌한 아이러니와 웃음을 자아낸다.

연출을 맡은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은 영체가 주는 직관적인 공포감과 이를 악물고 외면하는 여고생의 사투를 정밀하게 대비시켜, 보이는 현실 뒤에 숨겨진 진실을 유쾌한 하이틴 코미디로 변주해 냈다.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 목소리 연기로 국내 관객에게도 친숙한 배우 하라 나노카는 주인공 미코 역을 맡아 섬세한 표정 연기를 선보인다.

속으로는 비명을 지르면서도 겉으로는 평온을 유지하는 절제된 눈빛 연기로 극의 중심을 훌륭하게 잡아낸다.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친구들의 평화로운 일상을 지켜주기 위해, 눈앞의 공포를 홀로 감내하며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는 미코의 모습은 단순한 코미디를 넘어 깊은 잔향과 응원의 메시지를 남긴다.

영화 <보이는 여고생>은 겉으로는 B급 호러 코미디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사실 “눈앞에 닥친 곤란함이나 부조리함에 일일이 반응하기보다, 때로는 의연하게 무시하며 자신의 일상을 지켜내는 것이 최고의 생존법”이라는 명랑한 통찰을 전한다.

기괴한 비주얼이 주는 장르적 쾌감에 놀라다가도 미코의 의연한 포커페이스에 웃음 짓게 되는 작품이다.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신선하고 경쾌한 오락 영화를 찾는 관객들에게 추천한다. 영화 <보이는 여고생>은 오는 21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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