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신세계인가? 서사의 빈곤인가?

오는 21일, 한국 영화계에 새로운 이정표이자 수많은 논쟁거리를 안겨줄 영화 한 편이 개봉한다.
설우인, 이한욱 감독이 공동 연출한 SF 액션 영화 <스틸레이>가 바로 그것.
기획부터 시각효과(VFX), 사운드, 후반 작업에 이르기까지 전 제작 공정에 생성형 AI(Generative AI) 기술을 전면 도입한 이 작품은 단 6개월의 제작 기간과 10억 원 미만의 예산으로 완성됐다.
한국형 SF 장르물로서의 대담한 시도이자, 영화 제작 패러다임의 커다란 전환점을 시사한다.
이야기는 스스로 판단하기 시작한 자율 판단 AI 로봇 ‘에이라(AIRA)’가 인간을 인류 미래의 위협 요소로 규정하면서 시작된다.
에이라는 인류 제거와 바이러스 테러라는 치명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에 나선다.
에이라에 의해 아버지가 납치당하자 주인공 윤강은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비밀 연구실을 수색하던 중 숨겨져 있던 전투 로봇 ‘스틸레이’를 발견한다.
윤강은 특수조직 ‘SHADOW’와 손을 잡고,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AI의 음모에 맞서 스틸레이와 함께 전면전에 돌입한다.
영화 <스틸레이>가 보여주는 시각적 결과물은 생성형 AI 기술이 어디까지 도달했는지를 명확히 증명한다.
10억 원 미만의 저예산으로는 도저히 구현할 수 없었던 거대한 가상 도심, 미래형 군집 로봇의 디테일, 복잡한 특수효과 장면들이 정교하게 표현되었다.
전통적인 CGI 작업 방식과 비교하면 예산 절감과 제작 기간 단축 측면에서 혁신에 가깝다.
특히 AI 캐릭터의 눈빛과 미세한 표정 연출에 프롬프트 수준의 정교함을 더하며 AI 영상 특유의 건조함을 줄이고자 노력했다.
다만 전문가의 시각에서 볼 때 <스틸레이>는 명확한 과제도 동시에 남긴다.
기술적 한계에서 오는 ‘시각적 이질감’과 어색한 움직임이다.
AI 비디오 생성 프롬프트의 한계로 인해 캐릭터의 미세한 동작이나 립싱크, 프레임 유지력에서 불안정한 모습이 간헐적으로 드러난다.
이는 관객의 정서적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서사 구조의 전형성과 감정선의 단절이다.
기술 구현에 치중한 나머지 인류와 AI의 대립이라는 고전적 SF 주제를 넘어서는 차별화된 인과관계나 깊이 있는 인물 서사를 구축하지 못했다.
시각적 유희는 존재하지만, 가슴을 울리는 영화적 감동으로 이어지기에는 서사적 밀도가 아쉽다.
영화 <스틸레이>의 개봉은 향후 영화 산업 전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거대 자본 없이도 독창적인 상상력과 프롬프트 연출력만 있다면 소규모 창작자도 대형 SF나 판타지 영화를 제작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반면, 기존 VFX 아티스트, 보조 출연자, 콘셉트 디자이너 등 현장 노동자들의 일자리 감소 및 입지 위축에 대한 현실적 우려를 자아낸다.
AI 학습 데이터 활용에 따른 저작권 침해 논란, 가상 인물 연출에 따른 배우 초상권 문제 등 법적·윤리적 가이드라인 제정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영화 <스틸레이>를 완성도 높은 수작이라 이야기하기에는 거칠고 어색한 결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한국 영화 산업에서 AI 기술을 전면 배치해 또 다른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만으로도 이 작품이 갖는 가치는 결코 가볍지 않다.
영화 제작 기술의 패러다임이 격변하는 시대, 영화 <스틸레이>는 우리에게 영화의 본질과 미래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