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그런 영화가 아니었네?
진수(김법래 분)가 집에 두고 온 서류가 있어서 부인(김혜은 분)한테 연락하니, 고등학교 절친을 만나러 나왔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직접 집에 가지러 가니, 경비원이 통 집에 사람이 없다며 진수한테 주차 대수 제한 동의서에 사인해 달라고 한다.
저녁 준비를 못 했다며 연정이 라면을 주자, 고3 딸 미나(김보윤 분)가 투덜댄다.
식사를 마친 남편한테 연정이 취직하고 싶다고 말한다. 직장생활이 힘들어서 근만 둬 놓고 의외다.
면접을 핑계로 연정이 머리 손질을 하지 않나, 주말 아침부터 밥도 안 차려주고 혼자 외출하지 않나 평소랑 달라도 너무 다르다.
미나가 ‘여자의 촉’ 운운하며 연정을 의심하자, 진수가 눈치 준다.
산더미처럼 쌓인 빨랫감에서 고속도로 휴게소 영수증이 나오자, 진수는 살짝 연정을 의심한다. 그리고 밤늦게 연정이 젊은 남자 차에서 내리자, 의심이 확신으로 바뀐다.
게다가 잠자리에서 진수가 손도 못 대게 연정이 거부하자, 더 확실해졌다.
이에 진수가 연정과 단둘이 밖에서 식사하며 서운한 게 있으면 말하라고 하자, 연정이 웃으면서 그런 것 없다고 말한다.
이에 진수는 흥신소에 연정의 불륜을 잡아 달라고 의뢰한다.
한편, 10년 만에 취업한 연정은 거친 공사판 인부들 기강을 잡기 위해 맥주잔에 소주를 가득 채워 한숨에 들이킨다.
집에 가서 고생했지만, 다음 날 정시에 출근해서 해장술 타령하면서 기선 제압에 나선다.
오늘 자기 생일이라 남편과 딸이 준비해 놓고 기다리는 것도 모르고 민우(김헝재 분)랑 둘이 생일파티 하느라 연정이 밤늦게 들어온다.
게다가 우연히 연정이 민우랑 술 마시는 걸 보게 된 진수는 분노에 차오른다.
결국 미나한테 “엄마가 변한 것 같다”고 말한다. 이에 미나가 자기도 그렇게 느꼈다며, 아빠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한다.
영화 <가족의 비밀>은 얼핏 보면 불륜이란 소재를 통해 가족 간 비밀을 이야기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동안 4.16재단이 선보인 영화 중 가장 세월호 참사 영화답지 않은 영화다.
시작부터 세월호 참사를 이야기하거나 중반부에 ‘그날’ 일을 이야기하는 여타의 세월호 영화와 다르게,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들은 ‘대체 연정이 진짜로 바람난 것일까?’를 궁금해하면서 보게 된다.
만약 진짜 젊은 남자랑 바람난 것이 맞는다면 막장극이라 재미있고, 반전이 펼쳐지면 그 역시 재미있으니 과연 진짜 바람난 것일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하지만, 마지막에 사실 연정이 민우와 바람난 것이 아니라, 세월호 참사로 희생돼 시신조차 찾지 못한 아들 승현(박현우 분)을 추모하기 위해 민우의 도움으로 잠수사 자격 취득을 준비 중이었다는 게 밝혀지면서 먹먹함을 선사한다.
그동안 진수와 연정, 미나는 각자의 방식대로 승현을 만나고 있었지만, 행여 상처를 줄까 봐 다른 가족에게 비밀로 했던 것.
그러나 연정이 굳이 그 험한 공사판에 취직한 이유와 맨날 젊은 남자랑 어울린 이유 그리고 미나가 피아노를 그만두고 몰래 태권도를 배운 이유가 모두 승현 때문이었다는 게 밝혀지자, 진수는 그동안 승현이 가족을 위해 준비한 선물을 두 사람에게 공개한다.
그렇게 세 사람은 더 이상 승현을 혼자 추모하는 게 아니라, 승현과의 행복한 추억을 간직한 채 살아가게 된다.
이에 대해 이상훈 감독은 4일 기자시사회 직후 무대인사를 통해 “예전부터 만들고 싶었는데, 좋은 기회와 좋은 배우 덕분에 만들게 됐다”며 영화의 메시지를 다른 사람들한테 많이 전해 달라고 당부했다.
영화 <가족의 비밀>은 오는 10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