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에 장애인은 없다

차지석(서지석 분), 최명(박경서 분), 제갈건영(허건영 분), 김종성(김종성 분), 오성훈(오성훈 분), 노광섭(육진수 분), 박길은(박길은 분)으로 구성된 ‘달팽이 농구단’이 휠체어 농구대회에 출전한다.

최명이 잘하기는 하는데 농구라는 게 혼자 하는 경기가 아닌데, 혼자만 넣으려고 하니 이상우(박호산 분) 감독이 다른 선수로 교체한다.

가뜩이나 최명 빼고 그리 잘하지도 못하는데, 경기 주도권을 상대팀에 빼앗긴다.

사실 지난해 SKY 농구단이 창단했을 때부터 회사에서 팀 성적을 두고 압박이 심했다. 상우가 보기에도 선수라고 부르기 뭣한 실력이었다.

당시만 해도 장애 감수성이 부족한 이 감독은 선수들과 회식 장소를 정할 때 계단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국가대표 출신인 그는 자기 인생에 0점은 처음이라며, 동호인 출신인 선수들의 기기 팍팍 죽였다.

결국 중도장애인이 된 대학농구 에이스 선수 출신인 최명을 영입했다.

사실 최명은 국가대표에서 제명된 날 후배랑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다가 사고를 당한 후, 허구헌 날 술 마시고 길에서 학생들한테 시비나 걸며 지냈는데, 이 감독이 스카우트한 것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자기 혼자 잘난 척을 일삼자 이 감독이 싹수 없는 건 참아도, 싸가지 없는 건 못 참는다며 그와 마찰을 빚는다.

그런 와중에 성적 부진을 이유로 회사에서 팀 해체를 하려 하자, 최강팀인 레오파드에서 최명이 오는 조건으로 모두를 영입하겠다고 제안한다.

게다가 그동안 돈 때문에 억지로 SKY팀을 맡은 게 알려져 이 감독이 팀을 떠난다.

그렇게 SKY 농구단이 해체되고, 병이 재발한 이 감독이 입원한 동안 난생처음 휠체어에 앉아보고, 휠체어 농구를 해 보면서 그동안 몰랐던 선수들의 고충을 몸소 느낀다.

자기가 그동안 선수들한테 얼마나 무례하고, 비현실적인 걸 요구한 건지 깨달은 그는 퇴원 후 뿔뿔이 흩어진 선수들을 찾아다니며 ‘달팽이 농구단’을 새로 꾸린다.

그리고 이야기가 다시 현재로 돌아와 계속 패스를 하지 않던 최명이 생각을 바꿔 패스를 하기 시작하면서, 레오파드를 따라잡기 시작한다.

그러나 경기 종료를 얼마 안 남기고 초조한 마음에 제갈건영이 오반칙으로 퇴장 당한다. 더 이상 교체 가능한 선수가 없는 상황에서 이 감독이 마지막 카드를 쓴다.

영화 <달팽이 농구단>은 휠체어 농구선수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과거 현대전자 출신 농구선수였다가 뇌종양으로 쓰러진 후, 휠체어 농구단 감독이 된 故 이원우 감독과 그의 제자인 故 한사현 감독에게 바치는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 속에 실제 휠체어 농구선수인 김종성, 박길은, 오성훈을 비롯해 용인대 특수체육과 학생, 고양홀트 선수 등이 함께 촬영에 임해 경기의 리얼함을 살렸다.

이와 더불어 서지석, 박경서, 육진수 등 배우들도 무려 7개월 동안 이들과 함께 훈련을 하면서 기량을 높였다는 후문.

영화는 휠체어 농구선수뿐 아니라, 지체장애인의 애로사항 등도 현실적으로 잘 그려냈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나 동정은 이 영화에 녹아있지 않다.

이에 대해 고은기 감독은 3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아닌, 왜 (그들이) 스포츠를 하는가 (이유를) 찾아가는 ‘스포츠 액션영화’”라며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고, 휠체어 농구선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서지석은 실제 장애인 선수들과 함께 촬영하면서 “장애인과의 벽이 허물어진 계기였다”고 말했고, 극 중 코치 역을 맡은 이노아는 “피지컬도 좋고, 액티브한 선수들을 보면서 다 똑같은 사람이라는 걸 느꼈다”며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장애인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휠체어 농구선수가 주인공인 영화 <달팽이 농구단>은 내달 12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