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군가를 통해 사랑하고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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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애프터 미드나잇>이 2007년 국내 단관 개봉 당시, 단 하나의 필름으로 전국 씨네필의 가슴을 훔쳤던 감동을 고스란히 가지고 18년 만에 2K 디지털 리마스터링이라는 최적의 화질로 귀환했다.

다비데 페라리오 감독의 이 걸작은 영화에 갇혀 있던 한 남자가 타인을 통해 비로소 세상과 사랑을 배우는 성장 드라마다.

영화의 배경은 이탈리아 토리노의 상징, 몰레 안토넬리아나 내부에 자리한 국립 영화박물관이다.

이 웅장한 공간은 주인공 마르티노(조르지오 파소티 분)에게 세상 전부이자 완벽한 은신처다.

밤마다 낡은 영사기를 돌리며 무성영화를 탐독하는 박물관의 외로운 야간 경비원인 마르티노에게, 현실은 스크린 바깥의 낯선 풍경일 뿐이었다.

하지만 어느 날 밤, 햄버거 가게 점원 아만다(프란체스카 이나우디 분)가 경찰을 피해 그의 박물관으로 숨어들면서 마르티노의 삶은 현실의 감정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아만다는 마르티노가 평생 간직해온 ‘영화적 낭만’을 현실로 데려온다.

두 젊은이가 박물관의 포스터와 붉은 벨벳 의자 사이에서 나누는 대화와 시선은 가장 고전적이면서도 순수한 로맨스를 완성한다.

영화는 마르티노가 아만다와의 짧고 소중한 에피소드를 직접 흑백 무성영화로 찍어 박물관 돔 천장에 투사하는 과정에 주목한다.

마르티노는 현실에서 아만다를 영원히 소유하는 대신, 그와의 시간을 자신만의 영화로 만들어 영원히 박제한다.

아만다의 연인 엔젤(파비오 트로이아나 분)로 인해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하고, 마르티노는 박물관이라는 안전하고 소외된 장소에서 나와 꿈을 좇는 새로운 인생으로 나아간다.

그는 아만다라는 타인을 통해 비로소 자기만의 공간을 벗어나 현실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그 경험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법을 배운다.

2022년에 완성된 2K 디지털 리마스터링은 토리노의 아름다운 야경과 박물관 내부의 신비로운 조명을 한층 더 깊고 선명하게 재현하여, 관객들에게 최적의 감상 경험을 선사한다.

또한, 토리노 국립 영화박물관이라는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건축물이 외로운 경비원의 꿈과 낭만적인 로맨스를 더욱 특별하고 몽환적으로 만든다.

<애프터 미드나잇 리마스터링>은 단순히 영화에 대한 헌사가 아니라, 고독했던 우리가 누군가를 만나 사랑하고, 그 사랑의 경험을 통해 비로소 세상이라는 무대로 나아갈 용기를 얻는다는 시대를 초월한 성장과 구원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영화는 오는 19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