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이 지나도 바뀐 건 대통령뿐?

2024년 12월 3일 밤 10시 27일, 당시 대통령이었던 윤석열이 긴급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그로부터 정확히 1년의 시간이 지난 오늘(3일) 낮, 대통령실이 위치한 용산의 한 극장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대한민국은 국민이 합니다>가 기자들에게 공개됐다.
영화는 2022년 3월 10일, 이재명 대통령 후보가 민주당사에서 대선 패배를 인정하는 기자회견으로 시작한다.
당시를 기억하는 시민들과 배우, 신부(神父)는 윤석열 정부 5년의 세월을 어떻게 보낼까 아찔했다고 회상한다.
그렇게 윤석열이 대통령에 취임한 후, 윤석열·김건희 부부가 국내외에서 구설에 오른 그동안의 뉴스가 이어진다.
그리고 10·29 이태원 참사와 채 해병 사망사고를 집중 조명하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정부가 그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않았음을 상기시킨다.
스스로를 의회주의자라고 칭한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 중 제1야당 대표를 만나지 않았고, 오히려 그를 재판에 넘겼다.
그리고 이재명 대표가 피습 당하자, 경찰은 현장조사가 아닌 현장 청소를 했다.
10개월 정도 지난 2024년 12월 3일 밤 10시 27분, 윤석열 대통령은 대국민 특별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45년 만의 일이었다.
행정부 소속 군인과 경찰이 민의의 전당이자 입법기관인 국회로 몰려와 나라의 주권자인 시민과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출입을 막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호소에 국회로 몰려온 시민들은 맨몸으로 군용차량을 막고, 계엄령 해제 의결을 할 수 있게 국회의원들을 국회로 들여보내기 위해 힘을 모았다.
시각장애인인 민주당 서미화 의원도, 국가 의전서열 2위의 우원식 국회의장도 담을 넘어 국회로 들어갔다. 요건과 절차를 갖추지 못한 불법 계엄을 해제하기 위해서 말이다.
특전사 중사 출신인 배우 이관훈이 707 특임대원들이 흥분하지 않게 진정시켰다. 그렇게 12월 4일 새벽 1시 1분, 비상계엄 해제 촉구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당인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표결을 방해할 목적으로) 자당 의원들한테 국회가 아닌 당사로 모이라고 했음에도 똘똘 뭉친 야당이 비상계엄을 막아냈다.
12월 4일부터 시민들은 윤석열 탄핵을 부르짖었고, 12월 7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표결에 부치려 했으나 국민의힘 의원들이 집단으로 본회의장을 퇴장해 투표조차 하지 못했다.
분노한 시민들은 응원봉을 들고 국회 앞에서 로제의 <아파트> 등 대중가요를 부르며 하나로 모였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전 사위인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헌법학자 판단부터 받아 보자며 탄핵에 반대했다.
반면 같은 당 김상욱 의원은 대통령의 즉시 하야(下野)를 주장했고, 결국 12월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12월 31일, 윤석열 직무정지 대통령 체포영장이 발부되자, 판사 출신인 국민의힘 나경원, 김기현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통령 관저로 몰려가 몸으로 체포를 막았다.
극우 청년들은 민주화운동을 탄압하던 이들과 같은 이름의 ‘백골단’을 조직해 윤석열 지키기에 나섰고, 교단에서 이단 판정을 받은 전광훈 사이비 목사는 법원으로 몰려가자고 선동했다.
게다가 법원은 윤석열 직무정지 대통령의 구속 취소 판결을 했고, 윤석열의 친정인 검찰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온 국민이 실시간으로 국회가 군인들에 의해 점령당하는 걸 지켜봤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윤석열의 말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3월 31일, 천주교 사제들이 탄핵을 촉구하는 시국미사를 드렸다.
박근혜 파면 대통령에 비해 탄핵 선고가 늦어지자, 시민들은 매일 밤 광장에 모여 “윤석열 파면”을 외쳤다. 배우, 카툰 작가 등 예술인들이 힘을 보탰다.
결국 헌법재판소는 4월 4일 오전 11시 22분, 만장일치로 윤석열 직무정지 대통령을 파면했다.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민주주의 회복을 기뻐했다. 서로 부등켜 안고 눈물 흘렸다. 거리에는 벚꽃이 날렸다.
그렇게 123일간 시민들의 노력으로 민주주의를 되찾았고, 겨울이 지나 봄이 왔다.
그러나 아직 내란 청산이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불법 비상계엄을 주도하고, 부역한 이들에 관한 사법 절차가 진행 중이다.
특히 당시 비상계엄 해제 표결 절차를 막기 위해 애쓴 국민의힘 추경도 당시 원내대표에 관한 구속영장이 오늘 새벽 기각됐다.
국민들과 여당은 사법개혁이 필요하다고 요구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래서 ‘내란 극복 1주년 기념작’이라는 홍보문구를 포스터에서 지웠다.
메가폰을 잡은 조은성 감독은 이날 상영 전 무대인사를 통해 “이상한 1년을 보냈다”며 1년 전에 비해 달라진 게 별로 없어서 화가 난다고 말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대한민국은 국민이 합니다>는 다음달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