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전문지 마이스타 입니다 기사 본문을 마우스로 드래그 후 스피커 아이콘을 누르면 음성으로 들으실 수 있습니다   Click to listen highlighted text! 연예전문지 마이스타 입니다 기사 본문을 마우스로 드래그 후 스피커 아이콘을 누르면 음성으로 들으실 수 있습니다
톱기사(우측)한국영화

아빠의 낡은 필름 속에 왜 그 소년이 있었을까?

영화 여름의 카메라 스틸컷

올여름 극장가에 쏟아지는 화려한 대작들 사이에서 유독 맑고 투명한 빛으로 관객들의 발길을 붙잡는 독립영화가 있다.

오는 24일 개봉하는  영화 <여름의 카메라>가 바로 그것이다.

이 영화는 청량한 여름의 색감 속에 고등학생 소녀의 풋풋한 첫사랑과 가슴 먹먹한 가족의 비밀을 필름 카메라의 아날로그 감성으로 담아낸 잔잔하고 따뜻한 성장 드라마다.

영화는 아빠를 잃은 슬픔에 잠겨 더 이상 사진을 찍지 않게 된 고등학생 ‘여름'(김시아 분)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멈춰 있던 여름의 세계를 다시 움직이게 한 건 학교 운동장에서 마주한 축구부 에이스 연우(유가은 분)다.

연우를 향해 쿵쾅거리는 마음을 안고, 여름은 아빠의 유품인 수동 필름 카메라를 다시 손에 쥐게 된다.

그렇게 온통 연우의 싱그러운 일상으로 채워지던 여름의 필름 속에, 어느 날 뜻밖의 사진들이 불쑥 나타난다.

아빠가 고등학교 시절에 찍었던 오래된 필름이 우연히 발견된 것이다. 생전에 풍경이나 정물만 찍을 뿐, 인물사진은 찍지 않던 아빠였다.

그런데 그 오래된 필름 속에는 한 소년의 일상이 너무나도 다정하고 소중하게 담겨 있었다. 여름이 연우를 바라보던 그 애틋한 시선 그대로 말이다.

아빠가 평생 숨겨왔던 비밀, 그것은 아빠 역시 학창 시절에 말하지 못할 가슴 아픈 동성의 첫사랑을 겪었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관객들은 여름과 함께 묘한 감정에 휩싸인다. ‘내가 알던 완벽한 아빠는 누구였을까’ 하는 낯선 충격, 그리고 어쩌면 엄마와 자신을 둔 아빠의 삶 전체가 거대한 연극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서글픈 배신감이 스쳐 지나간다.

아빠가 마음 깊은 곳에 첫사랑을 묻어둔 채, 그 시절 사회가 요구했던 평범한 가족의 기준을 맞추기 위해 결혼을 선택했던 흔적들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는 이 배신감을 자극적인 갈등으로 키우지 않는다. 여름은 사진 속 소년의 얼굴에서 아빠가 감내해야 했던 시대의 벽, 그리고 들킬까 봐 숨죽여야 했던 외로움과 두려움을 직관적으로 읽어낸다.

자신 역시 지금 연우를 보며 똑같이 숨이 가쁜 비밀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배신감은 이내 시선의 동질감을 거쳐 깊은 공감과 연민으로 이어진다.  과거의 첫사랑이 누구였든, 딸인 자신에게 카메라를 쥐여주며 온 마음으로 사랑을 주었던 아빠의 부성애만큼은 진짜였음을 깨닫는다.

이 순간 아빠는 가족을 기만한 사람이 아니라, 나보다 앞서 이 외로운 길을 걸어갔던 나의 첫 번째 이해자로 다가온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바로 용서와 포용의 방식에 있다.

영화 속에서 엄마의 존재는 전면에 드러나지 않지만, 아빠의 숨겨진 아픔을 비추는 거울이자 가족의 서사를 묵묵히 지탱하는 다리 역할을 한다.

영화는 이 굴곡진 가족의 서사를 날카롭게 파헤치는 대신, 누군가를 온 마음으로 아꼈던 그 모든 아름다운 순간들을 덤덤하게 보듬어 안는다.

김시아 배우의 투명하고 섬세한 감정 연기와 유가은 배우의 싱그러운 케미스트리, 그리고 스크린을 채우는 필름 카메라 특유의 따뜻한 미장센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긴 여운을 남긴다.

자극적인 도파민에 지쳐 마음에 잔잔한 온기를 채워 넣고 싶다면, 올여름 <여름의 카메라>를 통해 소중한 누군가를 바라보던 나만의 셔터 소리에 다시 한번 귀 기울여 보는 것은 어떨까?

마음 한구석에 따뜻한 위로와 깊은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

답글 남기기

Click to listen highlighted t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