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내용이 뭔지?

어린 남매가 바닥에 엎드려 태블릿으로 뭔가를 보고 있다. 부모가 식탁에 앉아 술에 대해 얘기를 길게 나눈다. 딱히 메시지도 없고, 아이들에게 구도를 맞춰 부모는 하반신만 나온다.
지루해질 때쯤 한 남자가 나와 고려가요(高麗歌謠)에 대해 얘기를 늘어놓는다. 대체 이게 영화에 왜 들어갔나 궁금해질 때쯤 화면이 바뀐다.
아내가 미역국을 준비하고, TV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나와 비상계엄에 대해 반대의견을 낸다.
남편 생일상을 차려준 아내가 약속이 있다며 나가고, 남편 혼자 TV를 보며 밥을 먹는다.
식사를 마친 남자가 창밖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우는데 대낮처럼 밝다.
그때 그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 온다. 놀란 그가 “거기가 어디냐?”며 집을 나간다. 밤이 돼 돌아온 그가 바닥에 엎드려 운다.
그러더니 그가 목소리를 잃는다. 아내의 죽음으로 정신적 충격을 받아 목소리가 안 나오나 싶어 정신과 상담을 고민한다.
예정된 강의와 학술대회 발제를 취소한다. 그리고 예정대로 몽골로 떠난다.
그가 집에 들어와 식사하는데 창밖 풍경이 한국 집 풍경과 같다. TV에선 한국 뉴스가 나온다. 하지만 옷은 몽골 전통의상을 입고 있다.
시점도 안 맞고(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한동훈 대표가 반대 의견을 낸 건 밤 늦은 시각이었는데, 그제야 남편 밥 차려주고 약속 있다고 아내가 나가는데, 창밖 풍경은 밤이 아닌 낮이다), 장소도 안 맞아(분명 몽골에 가서 지내는 남자가 집에 돌아왔는데, 몽골 집이 아닌 한국 집이다) 이게 뭔가 싶은 그때 부부가 꿈 얘기를 나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남자의 꿈이었던 것이다.
부부가 야식으로 치킨을 먹으며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걸 보며 놀란다.
이제야 뭔가 이야기가 풀리려나 싶은데, 그 뒤로 이어지는 내용도 이해하기 힘들다.
영화 <미명>은 장르도 불분명하고, 내용도 불분명한 영화다. 초반엔 다큐인가 싶다가 죽은 아내가 환영(幻影)으로 등장하면서 아, 극영화구나 하고 깨닫게 되는데, 아무리 내용을 이해하려 애써도 내용 파악이 힘들다.
기자들 사이에선 기사의 내용이 불분명하면 속된 말로 “야마가 없다”고 하는데, 이 영화가 딱 그렇다.
다큐가 아닌 극영화라면 더더욱 의도를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고, 거기에 맞춰 연기하고, 촬영하고, 편집해야 하는데 일단 어떤 의도로 영화를 만든 건지부터가 불분명하다.
혹시 이 영화가 다큐라면 남편의 생일상을 차려주고 외출한 아내가 갑자기 사고로 죽으면서, 남편이 충격받아 목소리를 잃게 됐다 정도로 이해하고 나머지 어색하거나 이해 안 되는 장면은 아마추어 감독이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영화는 대본이 있고, 그 대본에 맞춰 연기하는 연기자가 있는 극영화인데, 어떻게 이렇게 만들었는지 통 이해할 수가 없다.
영화 <미명>은 오는 8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