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진 않아도 참 좋은 영화

tvN 드라마 <호구의 사랑>에서 ‘호경’ 역으로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준 이수경이 주연을 맡은 영화 <용순> 기자시사회가 31일 오후 롯데시네마 에비뉴엘관에서 열렸다.

용순(이수경 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애인을 따라 집을 나간 엄마는 불과 3개월도 안 되서 세상을 떠난다.

그 일로 상처를 받은 용순은 자꾸 아빠(최덕문 분)가 동남아 여성과 결혼하려고 하는 꼴이 보기 싫어 집에 들어가기조차 싫던 차에 방과 후 연습을 한다는 이유 때문에 육상부에 들어간다.

학교 대항 마라톤대회를 준비하던 그녀는 육상부 코치(박근록 분)와 연인관계로 발전하고(물론 어디까지나 용순의 생각이고, 육상부 코치는 애인까지는 아니고 그렇다고 평범한 제자도 아닌 애매한 입장을 취한다), 그러던 중 자신의 담임(최여진 분)과 코치가 사귄다는 사실을 알고 담임 선생님과 싸움까지 한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막장 드라마는 아니고, 18살 한창 사춘기 시절 누구나 경험해봤을 첫 사랑에 대한 소박하면서 동화 같은 이야기다. 기자시사회 직후 열린 간담회에 참석한 아빠 역할을 맡은 최덕문도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로 동화 같은 이야기였기 때문이라며, 소나기 후 무지개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같은 감독이 2014년 연출한 단편 영화 <용순 열여덟 번째 여름>을 장편으로 만든 것으로, 단편영화와 달리 가족과 사랑이라는 요소를 가미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뜨거운 시절’ 담고 싶었다는 것이 신준 감독의 설명.

극중 몽골에서 온 용순의 새엄마 역할을 맡은 실제 몽골인 야츠카 씨는 한예종 연기과 재학 시절 새엄마 역할을 제안 받고 ‘오 마이 갓’이었다며 이른 나이에 엄마 역할을 맡게 돼 당황스러웠다면서도, ‘새엄마’가 아닌 ‘엄마’라는 어떻게 할까에 초점을 두고 연기했다고 말했다.

또 영화 속 고교생들의 이야기가 상당히 현실적인 이유로 신 감독은 본인이 강사로 일하던 시절에 아이들의 모습을 관찰했던 것을 시나리오에 녹여 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영화의 배경은 충청도의 한 마을(용순의 학교이름이 ‘무학여고’이지만, 서울이 아닌 충청도로 설정돼 있다)인데, 실제 촬영지 역시 충청북도 옥천으로 비꼬듯이 말하는 사투리가 사춘기 아이들과 어울린다고 생각해 배경을 충청도로 잡았다.

이 영화는 지난 여름에 촬영했는데, 대본 리딩(reading) 때부터 학생 역할을 맡은 이수경, 김동영, 장햇살 세 사람의 호흡이 잘 맞아 서로 연기도 잘 받아줘서 큰 어려움 없이 촬영을 마쳤다고 한다.

이와 더불어 마지막 장면에 용순이 혼자 뛰면서 초를 재는 장면에서 스톱워치의 시간이 20:14:416초를 가리키는데 이는 2014년 4월 16일에 일어난 세월호를 잊지 말자는 의미로 관객들이 기억할 수 있도록 맨 마지막 장면에 넣었다고 한다.

이 영화는 외국에서 온 새엄마가 다른 미디어에서와 달리 진짜로 아이를 위하는 ‘엄마’가 되려고 노력하고, 학교와 학생들이 나오지만 성적을 강요하는 장면도 없다. 또 선생님과 제자의 사랑도 일정한 선은 넘지 않는다.

화려한 액션신이나 후끈 달아오르는 19금 장면도 없지만, 참 담백하기에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다.

영화 <용순>은 8일 개봉한다. 흥행예감도 ★★★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