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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기사한국영화

박종철로 시작해 이한열로 끝맺다

영화 1987 스틸컷

서울시 서대문구 신촌동 134번지. 이곳은 내가 태어난 곳이자 초등학교(당시는 국민학교였지만) 시절을 보낸 곳이다.

청송대로 소풍을 다니던 어린 내게 1987년은 유독 기억이 선명하다.

1980년대 중반, 그것도 연세대학교는 말 그대로 ‘데모의 성지’나 다름없었다. 수업 중에 꽹과리 소리가 나면 선생님은 창문을 닫게 하셨다.

마스크에 치약을 묻혀서 코에 대면 덜 맵다거나, 절대 손으로 눈을 비비면 안 된다는 정도는 ‘상식’일 정도로 본 기자에게 데모는 익숙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연희동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목격한 장면 하나. 어떤 대학생 형이 죽었다며 큰 사진을 위로 높이 들고 행진하던 형, 누나들.

그들은 이한열을 살려내라고 외치며 정문 밖으로 행진했다.

그로부터 10년 후 대학생이 되어 매주 토요일 나의 모교에 자원봉사를 하러 가면서 꼭 지나치는 그곳에는 ‘이한열 동산’이 있었다.

1987년의 나는 이한열이라는 형이 죽었다는 것만 알았지, ‘이한열’ 이름 석자가 가지는 의미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박종철 고문치사니, 이한열 열사니, 6·29 선언이니 하는 단어를 접하며 1987년 그곳에 어린 나도 있었음을 자각하게 됐다.

27일 개봉한 영화 <1987>은 서울대 박종철 학생이 남영동에서 고문으로 죽으면서 이야기 시작돼, 박종철 사건이 도화선이 돼 시위를 하던 연세대 이한열 학생이 죽으면서 끝난다.

당시 연세대 총학생회 사회부장으로 시위를 주도한 탤런트 우현이 영화에서 치안본부장 역을 맡았다는 점이 아이러니 하다.

우현은 영화 속에서 박종철의 사인(死因)을 밝히는 자리에서 “탁자를 탁 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희대의 명언을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한다.

실제로 치안본부장이 말을 했든 영화에서처럼 옆 사람이 대신 이야기 했든, 이 말도 안 되는  ‘변명’을 차마 연세대 사회부장 출신인 그가 말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마이 마이’가 뭔지도 모르는 김태리가 이 영화를 통해서 받아들이는 1987년과 당시 이한열의 죽음을 목격한 어린 초등학생이었던 본 기자가, 그리고 당시 시위를 주도했던 우현이 가지는 그때의 기억과 감상은 모두 다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서는 관객들의 마음은 모두가 하나일 것이다.

보도지침이 존재하던 그 시절에 오직 기자정신 하나로, 박종철의 죽음을 세상에 알린 선배 기자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그나마 지금과 같은 환경이 갖춰진 것이 아닐까 싶다.

국가(실제로는 군부정권)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빨갱이’ 정도는 우습게 만들어 내고,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이고 화장(火葬) 해도 세상사람 누구도 아무소리 하지 못하던 그 시절.

그런 시절에도 행간(行間)이 아닌 대놓고 국민들에게 진실을 알리던 기자들과 독재정권에 맞서 싸운 시민들의 힘으로 이룩한 지금의 대한민국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닫게 해주는 영화다.

한편으로는 ‘하이타이’ ‘마이 마이’ 등 당시를 추억할 수 있는 소품을 보는 재미도 주는 영화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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