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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소녀의 격렬한 성장통

영화 호랑이 소녀 스틸컷

사춘기 소녀의 신체 변화를 독특한 공포의 화법으로 그려낸 영화 <호랑이 소녀>가 오는 7일 개봉한다.

말레이시아, 대만, 프랑스의 합작으로 탄생한 이 작품은 말레이시아의 신예 여성 감독 아만다 넬 유의 장편 데뷔작으로,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 대상을 거머쥐며 일찍이 영화계의 뜨거운 시선을 받았다.

영화는 반항적이면서도 순수한 열두 살 소녀 자판의 일상을 따라간다.

친구 파라, 마리암과 함께 활기찬 학창 시절을 보내던 자판에게 갑작스러운 신체 변화가 찾아오며 이야기는 예측 불허의 국면으로 접어든다.

2차 성징과 함께 낯선 기운에 휩싸인 자판은 학교에서 따돌림의 대상이 되고, 가정에서는 무관심 속에 놓인다.

단순한 신체 변화를 넘어 점차 호랑이로 변해가는 자판의 모습은 극도의 공포감을 조성한다.

영화 <호랑이 소녀>는 사춘기 소녀의 혼란스러운 성장 과정을 기이한 공포와 판타지적 요소와 결합하여 묵직한 사회적 메시지를 던진다.

특히 영화는 배경인 말레이시아의 문화와 그 속에서 여성의 위치를 엿볼 수 있는 지점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여학생들은 긴 치마와 긴팔 블라우스로 이루어진 교복과 함께 히잡을 착용하며, 이는 이슬람 문화권의 종교적 규범이 사회 전반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음을 시사한다.

하교 후 물에 젖은 교복을 벗고 귀가한 자판에게 엄마는 엄격한 질책을 쏟아낸다.

이는 히잡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에게 다소 과도하게 느껴질 수 있는 훈육 방식이다.

반면 아빠는 이러한 상황에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며, 훈육 자체를 소홀히 여기는 듯한 인상을 준다.

흥미롭게도 옷차림에 대해서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던 엄마는 정작 자판의 초경에는 아무런 설명조차 해주지 않는다.

12살 어린 소녀가 갑작스러운 생리 현상에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은, 성에 대한 사회적 터부와 함께 필요한 교육의 부재를 여실히 드러낸다.

2차 성징을 겪으며 자판은 학교에서 ‘이상한 존재’로 낙인 찍히고 혐오의 대상이 된다.

생리 중이라는 이유로 기도실 출입이 불가한 장면은, 여성이 겪는 자연스러운 신체 변화가 차별의 근거가 되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전교생이 자파의 생리 사실을 알게 된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가장 가까웠던 친구 파라마저 자판을 따돌리는 데 앞장선다는 점이다.

먼저 브래지어를 착용하고 초경을 시작한 자판에게 뒤처진다는 열등감은 파라를 폭력적인 행태로 이끌고, 주변의 무관심 속에 자판은 홀로 감당하기 힘든 시간을 보낸다.

이는 성장기 소녀들의 불안과 혼란이 관계 속에서 부정적인 방식으로 표출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영화는 호랑이로 변해가는 기이한 공포와 여성으로서 처음 겪는 신체 변화에 대한 불안감을 같은 무게로 다루며 관객에게 깊숙한 질문을 던진다.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을 혐오와 차별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회, 그리고 그 속에서 고립되어가는 개인의 아픔을 강렬하게 그려낸 <호랑이 소녀>는 단순한 공포 영화를 넘어 우리 사회의 성 감수성과 포용성에 대한 묵직한 화두를 던질 것으로 기대된다.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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