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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 의지만으로 헤어 나올 수 있을까?

영화 위험사회 스틸컷

화려한 성탄절 조명 이면, 뼛속까지 시린 영화 한 편이 관객을 찾는다.

오는 24일 개봉하는 영화 <위험사회>는 일확천금이라는 허상을 쫓다 스스로 파멸의 굴레에 갇힌 인간 군상을 담은 잔혹한 보고서다.

영화는 성실한 택배 기사 영길(박우건 분)의 일상을 비추며 시작된다.

연인과의 소박한 행복을 꿈꾸던 그에게 강원도 정선의 카지노는 인생을 역전시킬 절호의 기회처럼 다가왔다. 하지만 찰나의 달콤함은 독이 되어 돌아온다.

영길은 결혼 자금을 탕진하고 생계 수단인 트럭마저 담보로 잡힌 채, 카지노 주변을 배회하는 ‘카지노 앵벌이’로 전락한다.

그곳에서 만난 고등학교 교사 진수(장준휘 분) 역시 도박 빚으로 벼랑 끝에 몰린 인물이다. 영화는 접점 없던 두 남자가 파괴적인 공생 관계를 맺으며 심연으로 추락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영화가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은 날카롭다. 과연 중독의 늪에서 인간의 의지만으로 탈출할 수 있는가?

김 감독은 이에 대해 지독하리만큼 비관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답을 내놓는다.

영길은 매번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카지노 문을 나서지만, 발길은 불나방처럼 다시 전당포와 카지노를 향한다.

작품은 중독을 단순한 개인의 나쁜 습관이 아닌, 뇌와 영혼을 잠식하는 질병이자 사회적 재난으로 규정한다.

한 번 무너진 일상은 쉽게 복구되지 않고, 빚을 빚으로 갚는 악순환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내일부터는 다를 것”이라는 영길의 처절한 자기기만은, 중독이 과연 개인의 의지로 극복할 수 있는 영역인지를 깊이 고찰하게 만든다.

배경은 강원도 폐광촌이지만, 감독의 시선은 화려한 잭팟 대신 판이 끝난 뒤의 황량한 ‘그늘’에 머문다.

영화는 평생 성실히 일해도 서울에 집 한 채 사기 힘든 절망적인 현실을 조명하며, 노동의 가치보다 ‘한 방’의 수익률이 맹신 되는 동시대 한국 사회를 거대한 카지노로 상정한다.

영길의 타락은 개인의 실수를 넘어 사회 구조적 산물로 그려진다.

제목인 ‘위험사회’는 울리히 벡의 이론을 빌려, 시스템이 보장하지 않는 안전을 ‘도박적 베팅’으로 해결하려는 현대인의 불안을 꼬집는다.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감독상 수상작답게 연출은 시종일관 묵직하다.

카지노의 인공적인 불빛과 대비되는 정선의 거친 칼바람은 인물들의 고립감을 시각적으로 극대화한다.

후반부로 갈수록 고조되는 파국은 카타르시스 대신 묵직한 부채감을 남긴다.

영화 <위험사회>는 크리스마스 시즌의 설렘을 배신하는 작품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외면해온 사회적 중독을 이토록 정면으로 응시한 영화는 드물다.

‘괴물의 시간이 시작된다’는 카피처럼, 극장을 나서는 관객들은 자문하게 될 것이다.

내가 서 있는 이 현실은 혹시 또 다른 카지노가 아닌지, 그리고 과연 우리는 자력으로 이 늪을 벗어날 수 있을지 말이다.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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